내수 부진 수출 타격에… 환율-금리-유가 ‘3高 파도’까지 몰려와
김재영 기자
입력 2018-07-09 03:00 수정 2018-07-09 04:17
[무역전쟁 확전]美中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한국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 짐작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수출과 함께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내수는 이미 고용 악화, 투자 부진, 소비 위축 등으로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인상, 중동발 국제유가 상승 등 한국경제의 항해를 막을 암초가 곳곳에 널려 있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계제로’의 한국경제
이미 내수 부문에서는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올해 들어 일자리와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빨간불이 들어와 한국경제를 짓눌러왔다. 일자리는 ‘고용쇼크’로 불릴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평균 31만 명 수준을 유지하던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5월엔 7만2000명까지 급감했다. 5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3.2%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0% 줄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내수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수출은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15.8%에 달했다. 상반기(1∼6월)에는 6.6%로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그래도 3∼6월 4개월 연속 500억 달러 수출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교역량이 감소하고 글로벌 경기회복세도 주춤해지면 한국 수출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양국이 첨단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양보할 수 없는 한판싸움을 벌이면서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DBS은행은 미국과 중국이 모든 제품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적 무역전쟁’을 벌이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2.9%보다 0.4%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내우외환의 우려에 제조업 경기 전망도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8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59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7∼9월) 시황 전망이 96, 매출 전망은 99로 각각 전 분기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 유가 환율 금리…하반기도 첩첩산중
미중 무역전쟁 외에도 한국경제의 앞길을 가로막을 지뢰는 곳곳에 널려 있다. 미국의 이란 석유수출 금지 압박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으로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17%(0.86달러) 오른 배럴당 73.8달러에 장을 마쳤다.
기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유가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투자 축소, 가계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가는 등 ‘고환율·금리·유가’의 3고(高) 현상이 하반기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처럼 거대한 파도가 한국경제를 덮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은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한 발도 못 뗀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변수를 상쇄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비용부담을 낮춰주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한국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 짐작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수출과 함께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내수는 이미 고용 악화, 투자 부진, 소비 위축 등으로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인상, 중동발 국제유가 상승 등 한국경제의 항해를 막을 암초가 곳곳에 널려 있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계제로’의 한국경제
이미 내수 부문에서는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올해 들어 일자리와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빨간불이 들어와 한국경제를 짓눌러왔다. 일자리는 ‘고용쇼크’로 불릴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평균 31만 명 수준을 유지하던 월별 취업자 증가폭은 5월엔 7만2000명까지 급감했다. 5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3.2%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0% 줄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내수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수출은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15.8%에 달했다. 상반기(1∼6월)에는 6.6%로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그래도 3∼6월 4개월 연속 500억 달러 수출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교역량이 감소하고 글로벌 경기회복세도 주춤해지면 한국 수출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양국이 첨단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양보할 수 없는 한판싸움을 벌이면서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DBS은행은 미국과 중국이 모든 제품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적 무역전쟁’을 벌이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2.9%보다 0.4%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내우외환의 우려에 제조업 경기 전망도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8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59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7∼9월) 시황 전망이 96, 매출 전망은 99로 각각 전 분기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 유가 환율 금리…하반기도 첩첩산중
미중 무역전쟁 외에도 한국경제의 앞길을 가로막을 지뢰는 곳곳에 널려 있다. 미국의 이란 석유수출 금지 압박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으로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17%(0.86달러) 오른 배럴당 73.8달러에 장을 마쳤다.
기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유가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투자 축소, 가계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가는 등 ‘고환율·금리·유가’의 3고(高) 현상이 하반기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처럼 거대한 파도가 한국경제를 덮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은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한 발도 못 뗀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변수를 상쇄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비용부담을 낮춰주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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