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체복무로 국방력 저하 없어… ‘양심의 자유’ 보장돼야”

김윤수 기자 , 이호재 기자

입력 2018-06-29 03:00 수정 2018-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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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도입]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내린 결정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이 다른 형태로 복무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길을 터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병역법에 규정된 병역의 종류는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 다섯 가지로 모두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헌재는 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2004년 합헌 결정 때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헌재가 권고했지만 14년이란 시간이 흐르도록 입법적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대체복무로 양심의 자유 침해 막아야”

헌재는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군역으로 한정된 현행 병역법은 복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또 대체복무제 도입에 따른 국방력 손실 우려가 크지 않다고 봤다.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국방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가 병역자원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해 김이수·강일원·서기석·이선애·유남석 재판관 등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한 반면 안창호·김창종·조용호 재판관 등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안창호 재판관은 “양심을 빙자한 병역거부자가 급증할 수 있다”며 “대체 복무는 병역 의무 범주에서 벗어난 사회봉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인데 이는 병역 의무의 조건부 면제로 평가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합헌”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기존 판단을 바꾸지는 않았다. 처벌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는 있지만 법률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으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위헌 요소를 해소할 수 있다는 취지를 담아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은 과거 세 차례 합헌 결정 때보다 수가 늘어났다.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합헌과 위헌이 각각 네 명, 각하 1명으로 위헌과 합헌 의견이 동등한 수준이 됐다.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 등 네 명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예방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 도입해야”

바른군 연구소의 김영길 대표는 “헌재 결정은 양심적이든 종교적이든 병역 거부를 처벌한다는 것”이라며 “군 복무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공익을 위해 일하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군복무와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제의 입법을 촉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 요청에 부응하고 사회 인식의 변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 하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에 있어 자칫 병역 의무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 실형을 살았던 백종건 변호사는 “대체복무가 없어 감옥에 가야 하는 시대는 끝났고 국회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조속히 군복무와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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