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객 적극적 반응에 놀라… 언어 달라도 通했죠”

김정은기자

입력 2018-06-26 03:00 수정 2018-06-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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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손님들’ 연출가 김정

연극 ‘손님들’의 김정 연출가는 “대학(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시절 학교 옆 국립극장에서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극인을 꿈꿨다. 2009년 극단 물리에 조연출로 입단해 꿈을 하나하나 이뤄 가고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연극 ‘손님들’은 지난해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신인연출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차범석 희곡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굵직한 상을 휩쓴 지난해 최대 화제작이었다. 대학로의 신예 연출가로 떠오른 김정(34)과 중견 극작가 고연옥(47)의 첫 작업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손님들’이 1년여 만에 26일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다시 공연된다. 20일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정 연출가는 ‘손님들’에 대해 “부모가 무력감과 분노에 휩싸인 채 세상에서 고립돼 살아가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소년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소년이 부모를 살해한 뒤 죽은 부모의 영혼과 함께 살며 다양한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절망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쫓는다.

한태숙 연출가가 대표인 극단 물리에서 2009년부터 조연출을 지낸 그는 주로 고전극과 번역극을 맡았다. ‘손님들’은 그의 연극 인생의 첫 창작극이었다.

“동아연극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실감이 안 나 얼떨떨했어요. 열심히 한 데 대한 보상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요.”(웃음)

그는 창작극에 도전하며 수시로 위기감을 느꼈다. 연출가로서 한계를 확인할 때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제54회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을 탄 연극 ‘손님들’의 한 장면. 국립극단 제공
“고연옥 작가의 희곡은 신화적인 세계를 이야기하면서도 텍스트는 사실적인 게 많아요. 그래서 어렵죠. 하지만 설계한 이야기 구조에 대해 확신이 서는 순간, 고 작가의 작품만큼 연극적으로 제대로 ‘놀 수 있는’ 작품이 없더라고요.”

신인에 가까운 젊은 연출자에게 중견 극작가와의 작업은 흔치 않은 행운이다.

“고 작가를 만날 때마다 지나가는 말처럼 ‘대본 하나 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때마다 ‘너는 네 또래 작가들이랑 작업해’라는 답이 돌아왔죠.”

고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에는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는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 씨어터 카페에서 연극 ‘이 아이’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한데 작품이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 중단을 당하자 그는 1인 시위를 벌이며 맞섰다.

“연극 ‘손님들’의 시놉시스 단계에서 주인공 소년 콘셉트가 ‘어른스러운 아이’였어요. 2015년에 제가 동료들과 릴레이 시위에 나선 걸 고 작가가 본 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젊은이들의 모습을 봤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어요. 뭐랄까, ‘손님들’과 저의 연결고리를 찾으신 것 같아요.”

‘손님들’은 지난해 11월 한국 중국 일본이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연극 축제인 ‘베세토 연극제’의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중국 항저우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그는 “중국 관객들이 집중해서 관람한 것은 물론이고 ‘관객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놀랐다”며 “언어가 달라도 연극으로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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