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해외서 인수한 ‘귀화 브랜드’

손가인기자

입력 2018-06-26 03:00 수정 2018-06-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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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스토케 유모차’… 伊 패션 ‘만다리나덕 가방’… 獨 럭셔리 브랜드 ‘MCM’…

노르웨이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로 알려진 ‘스토케’. 스토케 제공
《돌이 갓 지난 아들을 키우는 주부 최모 씨(28)는 최근 유명 유아용품 브랜드 ‘스토케’의 유모차를 사려다가 깜짝 놀랐다.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명품 유모차라고 알려져 비싼 가격에도 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스토케가 한국 기업이 인수한 ‘귀화’ 브랜드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25일 “해당 브랜드의 판매점을 방문했을 때에도 곳곳에 ‘스칸디나비아’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국내 기업 소유의 브랜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업체가 소비자에게 ‘노르웨이 프리미엄 브랜드’라고만 알리고 있어 약간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스토케는 1932년 노르웨이에서 만들어진 가구 브랜드이지만 2014년 한국 게임회사 넥슨의 벨기에법인인 ‘NXMH’가 5000억여 원에 인수한 100% 한국계 기업이다. ‘유모차계의 벤츠’라 불리는 대표 제품 ‘익스플로리’ 유모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 대 가격이 200만 원에 육박하는데도 ‘북유럽 대표 유아용품’이라는 이미지 덕에 한 해에 수천 대가 팔린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로 알려진 ‘만다리나덕’. 만다리나덕 제공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로 알려진 ‘만다리나덕’ 역시 한국 귀화 브랜드다. 1977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됐지만 2003년 국내 패션 수입 기업 나자인이 수입과 유통, 판매를 시작했고 2011년에는 토종 기업 이랜드가 인수해 한국 브랜드가 됐다.

2005년 성주그룹이 인수한 패션 브랜드 ‘MCM’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일 럭셔리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과 생산도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진다.
독일 럭셔리 브랜드임을 내세우는 ‘MCM’은 모두 한국 기업이 인수한 ’귀화 브랜드‘다. MCM 제공

업체들은 이런 마케팅이 브랜드의 뿌리를 알리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스토케코리아 측은 “한국이 기업을 소유하게 된 것은 맞지만, 제작 과정은 전과 같아 북유럽 브랜드라고 마케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다리나덕과 MCM 역시 “브랜드의 기원을 알리고 디자인 측면에서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귀화 브랜드들이 ‘해외 명품’임을 내세워 마케팅하는 것은 브랜드를 고급스럽게 보이려 하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브랜드가 탄생한 국가를 앞세워 마케팅하는 건 어찌 보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본연의 활동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해외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보고 소비를 결정하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라도 브랜드 소유 국가와 기업 등 명확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알리는 게 바람직한 태도라는 것이다.

프랑스 패션브랜드였던 ‘루이까또즈’는 2006년 국내 기업 태진인터내셔날에 인수됐지만 굳이 프랑스 브랜드라는 점을 내세우진 않는다. 루이까또즈 관계자는 “한때는 프랑스라는 이름을 앞세워 마케팅했지만 최근에 기업 내부에서 굳이 프랑스를 내세우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태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브랜드’라고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휠라코리아도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2007년 인수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브랜드라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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