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비용줄이기, 말보다 낭비현장 보여줘라

고경수 코스트제로 대표이사 , 이미영 기자

입력 2018-06-25 03:00 수정 2018-06-25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효과적인 비용절감 방안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비용 절감은 한국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목표를 정해놓고 획일적인 비용 절감을 추진하거나 신규 투자 취소, 구조조정 같은 극약 처방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비용 절감은 품질 저하와 성장 잠재력 훼손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업 경쟁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구매와 운영 프로세스 등을 면밀히 살펴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리미엄 경영 전문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251호(6월 2호) 스페셜 리포트로 효과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구매 계약서, 운영 관행 등을 면밀히 검토하라

A 자동차 부품 회사는 각종 구매 관련 계약서를 신중하게 검토했다. 이 회사는 우선 관세사와 맺은 계약서를 들여다봤다. 보통 업계에서는 계약서에 관세 수수료 지급 상한선을 명시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10년 전 계약을 맺을 당시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다. 이후 여러 차례 계약을 갱신했지만 누구도 주의 깊게 내용을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10년 전 내용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A사는 다른 회사에 비해 건당 최대 7배나 더 비싼 수수료를 지급했다. 또 수입업체와 맺은 계약서에도 유류 할증료, 환율 등을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 하지 않아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A사는 불합리한 계약 내용을 조정해 관세 및 통관 수수료 등으로 발생하는 수출입 비용의 15%를 절감했다.

B 식품제조업체는 제품을 운반할 때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했다. 이 회사는 15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박스를 관행적으로 사용했다. 문제는 이 회사 제품을 박스 하나에 가득 채워도 무게가 3kg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불필요하게 튼튼한 박스를 구매하느라 많은 비용을 낭비했던 셈이다. B사는 저렴한 박스를 구입해 관련 비용을 크게 낮췄다.

낭비되는 사무실 공간이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C 금융회사의 경우 설계도면상 배치한 자릿수와 실제 사무실에서 근무한 인원수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설계도면 상에는 500명이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는데 실제 근무 인원은 400명 정도였다. 1인당 차지하는 면적을 7m²라고 가정했을 때 총 700m²의 유휴 면적이 생긴 것이다. 추가로 공실로 방치된 고문실, 비상근감사실 등도 찾아냈다. 노는 공간을 다 합해보니 C사가 임차한 건물의 한 층에 해당하는 면적이었다. C사는 효율적으로 사무실 공간을 재배치해 연간 임차료의 15%를 줄였다.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당장은 시설 개선에 돈이 들지만 비용 절감 효과가 확실하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D사는 연수원의 수도 및 가스요금 등을 줄이기 위해 절수장비와 정확한 사용량을 측정하는 기기를 새로 구매해 설치했다. 장비 구매 및 설치비용을 1년 내에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는 11개월 만에 투자비용을 회수했고 이후에는 연간 전체 수도 및 가스 비용의 4%를 절감했다.


○ 과거 묻지 말고 문제 상황 직접 느끼게 하라

기업의 비용 절감 노력이 성공하려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비용 절감 활동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직원들이 비용 절감의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관련 활동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하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첫째, 직원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한 철강회사는 정기적으로 불량품 전시회를 연다. 불량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돈이 낭비되고 있는지를 직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구내식당에서 ‘잔반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하는 것보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발생한 잔반을 모은 사진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둘째, 직원들이 비용 절감에 소극적인 근본적인 이유도 해소해야 한다. 직원들은 비용 절감 방안을 찾아냈을 때 ‘왜 진작 줄이지 못했느냐’, ‘이런 문제를 왜 지금까지 방치했느냐’는 질책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입을 닫게 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또 새로운 시도 덕분에 계속 낭비될 수 있는 돈을 아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비용 절감 활동은 쉽고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일부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다. 직원들이 추가 업무라고 생각하거나 의미 없는 연례행사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이 언제라도 손쉽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간단한 메모 한 장, 스티커 한 장으로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쉽게 제안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효과적인 제안을 한 직원에게는 작은 보상이라도 즉각 해주는 게 좋다.

고경수 코스트제로 대표이사 ceo@costzero.co.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