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폐지 논란 와중에… 檢, 공정위 ‘기업 봐주기’ 정조준
허동준기자 , 김준일기자
입력 2018-06-21 03:00 수정 2018-09-19 00:07
공정위 전격 압수수색
검찰이 20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공정위와 대기업 간의 유착 비리와 공정위 간부들의 취업 비리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댄 것이다. 위장계열사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한 대기업의 불법 행위뿐 아니라 이를 눈감아준 의혹이 있는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관예우와 ‘기업 봐주기’ 의혹을 받게 된 공정위는 이날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당혹했다.
○ ‘기업 봐주기’ 공정위 정조준
검찰의 수사 방향은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올해 2월 부영그룹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면서 공정위 직원들이 검찰이 요청한 각종 자료를 고의로 누락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정위 압수수색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의 신고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 수사를 통해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 관련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다. 이 때문에 검찰의 칼끝은 사실상 공정위 간부들의 비리 혐의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또 다른 수사 방향은 공정위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불법 취업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2015년 9월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있다가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를 거쳐 올해 1월 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2012년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다 공정경쟁연합회장을 지낸 뒤 2014년 1월부터 3년간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이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는 퇴직 후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또 대기업이나 유관 기관에 취업한 전관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 공정위, 긴급회의 소집
공정위는 이날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간부회의를 소집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경제민주화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집단국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공정위 측은 내부적으로는 퇴직자 재취업 특혜가 문제가 된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여 년간 운영지원과 등을 통해 대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재취업을 희망하는 직원을 알선해 온 의혹을 받아 왔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갑자기 검찰 수사가 들어와 놀랐다”며 “털어낼 것은 털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가 조사 대상 기업과 유착해 사건을 임의로 종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위 조사 체계상 제재를 해야 하는 사안인데도 무리하게 종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전속고발권 둘러싼 힘겨루기 해석도
일각에서는 압수수색 시점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난달 문무일 검찰총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전속고발권 폐지 범위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다른 공정위 간부는 “솔직히 시점이 미묘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순 없다”면서도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하고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전문가들의 정확한 진단을 거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를 향한 검찰 수사의 이면에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 힘겨루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제도가 전관들을 연결고리로 대기업과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간 유착 관계를 두텁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계기로 전속고발권 폐지론에 힘이 실리길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전속고발권이 있는 기업 담합 등의 사건에서 공정위가 공소시효가 지난 뒤에 고발해 ‘면죄부’를 주거나 시효가 임박한 상태에서 ‘늑장 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검찰의 불만이 컸다. 검찰이 이날 수사에 들어간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전속고발권에 해당하지 않아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허동준 hungry@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 ‘기업 봐주기’ 공정위 정조준
검찰의 수사 방향은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올해 2월 부영그룹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면서 공정위 직원들이 검찰이 요청한 각종 자료를 고의로 누락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정위 압수수색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의 신고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 수사를 통해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 관련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다. 이 때문에 검찰의 칼끝은 사실상 공정위 간부들의 비리 혐의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또 다른 수사 방향은 공정위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불법 취업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2015년 9월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있다가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를 거쳐 올해 1월 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2012년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다 공정경쟁연합회장을 지낸 뒤 2014년 1월부터 3년간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이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는 퇴직 후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또 대기업이나 유관 기관에 취업한 전관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 공정위, 긴급회의 소집
공정위는 이날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간부회의를 소집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경제민주화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집단국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공정위 측은 내부적으로는 퇴직자 재취업 특혜가 문제가 된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여 년간 운영지원과 등을 통해 대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재취업을 희망하는 직원을 알선해 온 의혹을 받아 왔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갑자기 검찰 수사가 들어와 놀랐다”며 “털어낼 것은 털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가 조사 대상 기업과 유착해 사건을 임의로 종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위 조사 체계상 제재를 해야 하는 사안인데도 무리하게 종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전속고발권 둘러싼 힘겨루기 해석도
일각에서는 압수수색 시점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난달 문무일 검찰총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전속고발권 폐지 범위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다른 공정위 간부는 “솔직히 시점이 미묘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순 없다”면서도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하고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전문가들의 정확한 진단을 거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를 향한 검찰 수사의 이면에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 힘겨루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제도가 전관들을 연결고리로 대기업과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간 유착 관계를 두텁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계기로 전속고발권 폐지론에 힘이 실리길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전속고발권이 있는 기업 담합 등의 사건에서 공정위가 공소시효가 지난 뒤에 고발해 ‘면죄부’를 주거나 시효가 임박한 상태에서 ‘늑장 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검찰의 불만이 컸다. 검찰이 이날 수사에 들어간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전속고발권에 해당하지 않아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전속고발권 ::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담합 등 공정거래 분야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담합 등 공정거래 분야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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