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통일 펀드’ 수익률 천차만별

박성민기자

입력 2018-06-14 03:00 수정 2018-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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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수혜 예상주 우선투자… 고객 몰리지만 마이너스 상품도
“부진한 펀드 이름만 바꾼 경우도… 중장기 전망 보고 신중 투자를”


“지금 ‘통일 펀드’에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대형 증권사의 서울 여의도 지점에 근무하는 박모 과장은 요즘 고객들로부터 이런 문의 전화를 하루 두세 차례씩 받는다. 통일 펀드는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를 타고 ‘통일, 코리아, 한반도’ 등의 이름을 단 펀드가 쏟아지는 데다 남북 경협주(株)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통일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펀드와의 차별화가 부족하거나 수익률이 부진했던 펀드가 이름만 바꾼 경우도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박 과장은 “남북 경협 진행 추이와 펀드별 운용 전략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 ‘통일 펀드’ 리모델링 잇달아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자산운용은 지난달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를 현재의 시장 상황에 맞춰 재정비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펀드를 찾는 고객이 다시 늘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 기조에 따라 만들어진 상품이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청산 계획을 세울 정도로 골칫거리였다. 김연수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남북 경협은 향후 20∼3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공급할 대형 이슈”라며 “이런 이슈에 맞는 중형주를 주로 담아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일반 펀드에 남북 경협 종목을 담아 통일 펀드로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삼성 마이베스트 펀드’를 ‘삼성 통일코리아 펀드’로 바꿨다. 남북 경협의 단계별 상황에 맞춰 초반엔 토목, 인프라, 기초 생필품 관련 종목에 투자하다가 추후 관광, 교육 관련 종목을 담을 계획이다. KB자산운용도 기존 펀드에 남북 경협 종목을 더해 ‘한반도 신성장 펀드’를 내놨다. 하나UBS자산운용도 1999년 선보인 ‘퍼스트클래스 에이스 펀드’를 ‘그레이터코리아 펀드’로 바꿨다.


○ 펀드별 종목, 운용전략 잘 따져야

하지만 펀드마다 수익률 차이가 크다. 펀드평가회사 KG제로인에 따르면 11일 현재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82%에 이른다. ‘신영 마라톤 통일코리아 펀드’는 2.71%, ‘하나UBS 그레이터코리아 펀드’는 0.04%의 수익을 거뒀다.

반면 ‘삼성 통일코리아 펀드’(―2.92%), ‘KB 한반도 신성장 펀드’(―4.80%)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의 낮은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급조된 상품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일 펀드를 고를 때는 운용 전략과 종목 선택 기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가령 ‘신영 마라톤 통일코리아 펀드’는 삼성전자(13.61%), SK(2.63%), 현대자동차(2.36%) 등 대형주 비중이 높다. ‘하이 코리아 통일르네상스 펀드’는 삼성전자(7.41%) 외에도 비츠로셀(6.03%), 휠라코리아(4.23%), AK홀딩스(3.88%) 등 중소형주를 많이 담고 있다.

박재민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부 과장은 “남북 경협과 관련 없는 대형주를 많이 담고 있는 펀드는 실질적으로 통일 펀드로 보기 힘들다”며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을 잘 살펴보고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남북 경협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며 “중장기적인 전망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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