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시원]코레일-SR 통합 논의에 국민 안전이 최우선

황시원·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입력 2018-06-12 03:00 수정 2018-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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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원·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1991년 5월 14일 오전 일본 교토역을 출발해 시가라키역으로 가던 JR서일본철도의 임시열차는 시가라키 마을에서 열린 도자기축제를 구경하러 가던 승객들로 붐볐다.

같은 시각 이 지역의 또 다른 철도회사인 시가라키코겐철도 소속의 통근열차는 잠시 후 벌어질 끔찍한 사고를 모른 채 시가라키역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한 개 노선에 2개의 철도회사의 열차가 동시에 운행하던 중 불행한 사고는 일어났다. JR 임시열차와 시가라키코겐철도 통근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 승객 가운데 42명이 목숨을 잃고 600명 넘게 부상했다.

사고는 이 구간의 신호기가 고장 나 JR서일본철도에서 신호 시스템을 수신호 방식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같은 시간에 직통 운행을 하려던 시가라키코겐철도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단선 구간에 두 개의 열차가 모두 출발한 것이다.

‘철도의 나라’로 불릴 만큼 철도가 발달한 일본에서 이 사고의 파장은 작지 않았다. 더욱이 안전 제일주의를 표방한 일본의 철도업계에는 충격 그 자체였다. 사고 이후 운영 시스템에 대한 꼼꼼한 재검토가 뒤따랐다.

결국 복수의 철도회사가 같은 선로를 운행하던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열차 직결운행(Through-Train Service·각 철도회사 소유 노선이 연속될 경우 승객이 환승 없이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시 ‘기관사 교체방식’이 안전정책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는 일본 철도 운영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데 경계역에서 해당 노선 운영회사 기관사가 교체돼 ‘하나의 노선에는 하나의 철도회사만 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흔히 일본 철도를 소개할 때, 과거 국철이 6개의 여객회사로 나뉘며 복수의 철도회사가 ‘경쟁’하는 것으로 표현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일본 철도는 기본적으로 전국을 6개 지역으로 나눠 각 여객회사가 지역별로 열차 운행 전반을 관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동일 노선에서 다른 여객회사와 서로 경합하며 운행하는 시스템이 아닌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코레일과 수서발 고속철도 SR 등 두 철도회사의 통합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영업 거리로 봐도 철도 길이가 4000km 남짓으로 JR동일본보다 짧은 구간에서 두 회사가 정비, 운영 소프트웨어도 공동 사용 중인 경우는 특이한 시스템이다.

통합되었을 때 서비스나 요금 등의 혜택이 어떻게 개선되는지도 중요한 요소지만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국민 안전이다. KTX와 SRT는 천안아산역에서 부산역까지 동일한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최근 부산역을 출발한 SRT 열차가 고장으로 멈춰 섰을 때 금요일 오후 승객들이 매우 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비록 인명이나 재산상 큰 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SRT 고장으로 후발 KTX까지 줄줄이 지연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일본 철도는 42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사고는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본 철도 사고의 교훈을 통해 코레일과 SR 통합 논의에서도 안전에 보다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황시원·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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