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년 만의 적자 건보, 요양병원·‘외국인 먹튀’ 구멍 막아야

동아일보

입력 2018-06-08 00:00 수정 2018-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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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요양병원 환자들이 진료 대신 병원을 모텔 삼아 숙식만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들은 가짜 환자를 유치해 허위 진료와 입원확인서를 발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를 받아 챙겼다. 어제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요양병원은 3년 동안 15억 원을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이렇게 빠져나간 건보 재정만 8000억 원이다.

고령화에 맞춰 요양병원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의 증가 속도나 비중은 지나치다. 2007년 6700억 원이던 요양병원 진료비는 10년 뒤 4조400억 원으로 늘었다. 노령인구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7.6배나 많다. 상당수 요양병원이 보험 사기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건보 재정이 새는 곳은 여기뿐이 아니다. 석 달 보험료 수십만 원을 내고는 수천만 원어치 의료 혜택을 받고 떠나는 ‘외국인 먹튀’가 잇따르자 어제 보건복지부가 최소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지난 5년간 외국인 가입자로 인한 적자가 6600억 원이나 된다. 외국인 먹튀의 대부분이 한국과 연관이 있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만큼 6개월 이상 기준이 실효성 있는지 철저히 추적 조사해야 한다.

보건 당국이 제 할 일을 못 하는 사이 재정은 손가락 사이 모래처럼 새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를 도입하면서 건보 재정은 올해 1조2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 전환은 7년 만이다. 지금 같은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를 방치한 채 지출만 늘린다면 재정 고갈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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