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초과근무 稅지원 등 근로시간 늘리기 추진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8-06-02 03:00 수정 2018-06-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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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주 35시간’ 오브리법 제정한 프랑스는 지금…

노동자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 현재의 법정 근로시간을 정한 것은 20년 전인 1998년이다. 주당 39시간이던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이는 이른바 ‘오브리법’이 제정됐다. 집권당이던 좌파 사회당에서 법안 처리를 진두지휘한 마르틴 오브리 노동장관의 이름을 땄다. 이 조치는 이후 20년간 프랑스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사회당 정부가 기업들의 반대에도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한 것은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 8.1%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졌고 기업 생산성은 떨어졌다. 무역은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월급 감소 없이 근무시간만 10% 줄어들자 회사의 비용 부담만 커졌다. 자구책 마련 차원에서 기업들이 매년 임금을 동결하자 노동자들의 구매력은 떨어졌다. 근로시간 감축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국가 재정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경쟁력 제고를 우선시한 독일과 생산성에서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

프랑스 국민들도 최근 들어 줄어든 근무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응답자의 77%가 근로시간은 불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부터 주당 35시간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70%를 넘어섰다.

문제는 한번 법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다시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브리법 통과 후 들어선 정부는 좌파나 우파를 막론하고 법정 근로시간은 놔둔 채 “더 많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원칙을 허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쏟아냈다. 2003년과 2005년, 2008년에 잇따라 최대 근무시간과 초과 근무 임금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시절 경제산업장관으로 재직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은 “좌파는 프랑스가 더 적게 일하면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려 프랑스 정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 때에도 노동시간은 가장 큰 이슈였다. 우파 공화당 후보는 주당 35시간 제한 폐지를, 극좌 후보는 28시간으로 근로시간의 추가 단축을 각각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프랑스 기업들은 근로시간 조정보다는 초과 근무 시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것을 원했다. 마크롱 정부는 이런 여론을 반영해 2020년까지 초과 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세금 일부를 면제해 주고 그만큼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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