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도 안끝났는데… 공공부문 1만6000명 또 정규직화 강행

유성열 기자

입력 2018-06-01 03:00:00 수정 2018-06-0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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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2단계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기관과 지방공기업 자회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1만5974명이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앞으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2단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1단계 전환 작업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임금체계 개편도 더딘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속도전’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공기업 자회사도 비정규직 ‘제로’

2단계 가이드라인은 문화재단이나 복지재단처럼 지자체가 문화, 복지사업을 벌이기 위해 출연·출자한 기관들과 지방공기업 자회사가 대상이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상시·지속적 업무(연중 9개월, 향후 2년 이상 지속되는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용 방식은 △정규직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1단계 당시 개별 기관마다 설립하도록 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지자체 또는 지방공기업별로 통합해 설립하는 것을 허용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1단계 가이드라인과 내용은 사실상 같지만 대상 기관의 규모가 작은 것을 고려해 절차를 간소화한 셈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면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일단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비정규직을 써야 한다면 불가피한 사유를 입증하라는 취지다.


○ 정부 무리한 ‘속도전’

정부는 지난해 7월 1단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10개월 만에 다시 2단계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하지만 1년간의 실적과 내용을 따져 보면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에 따르면 25일까지 비정규직 11만592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2020년까지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목표는 20만5000여 명. 벌써 56.5%를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도로공사가 대표적이다. 도로공사는 용역 인력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6700여 명에 대해 마땅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이들을 고용하려 했지만, 노동계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해서다. 도로공사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려 해도 기존 정규직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도로공사뿐만 아니라 현재 적지 않은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두고 이 같은 노노(勞勞) 갈등을 겪고 있다.


○ 공공부문 인건비 모두 ‘혈세’

정규직 전환의 ‘전제 조건’인 임금체계 개편도 노조 반발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공공부문 임금체계는 대부분 호봉제(연차가 올라가면 자동 상승하는 임금제)다.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적폐’로 몰아 폐기했다. 문제는 호봉제를 유지하면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부 목표인 20만5000여 명의 임금이 1000만 원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연간 인건비만 최소 2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공공부문 인건비는 국민의 혈세다.

정부는 호봉제를 직무급(직무의 난도와 중요도에 따라 차별화한 임금)으로 전환하는 지침을 뒤늦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강하게 반대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노조 입장에선 호봉제가 훨씬 유리하고, 노조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임금체계를 바꿀 수 없다.

특히 2단계 전환 대상에 포함된 기관들은 대형 공공기관이 아니라 지자체 또는 지방공기업들의 자회사들로 경영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실제로 대상 기관의 79.2%가 100인 미만이고, 30인 미만도 47.8%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재원을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기관도 41.8%에 달하고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는 곳은 35.0%에 불과하다. 결국 2단계 전환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대책도 없이 ‘속도전’을 펴듯 밀어붙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1단계 작업을 점검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한 뒤 2단계를 진행하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정부의 압박이 이제는 압박이 아니라 협박으로 느껴질 정도”라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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