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 그들이 ‘다르게’ 사는 법

김명희 기자

입력 2018-05-28 03:00 수정 2018-05-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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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는 젊은 상속자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사건과 최근 타계한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생전 미담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재벌의 위상과 역할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재벌(財閥)’ 가운데는 부(富)를 앞세워 갑질과 비도덕적 행태를 일삼는 경우도 있지만 구 회장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이들도 있다. 창업과 수성을 위해 달려온 1, 2세대들에 비해 재벌 3∼4세들 가운데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 동시대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들이 많다. 물론 여기에는 집안의 재력이나 든든한 뒷받침이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재계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을 소개한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 오뚜기 함연지

뮤지컬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역을 맡아 열연한 함연지 씨.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아내로 출연한 뮤지컬 배우 함연지(26) 씨는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이다. 2014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뮤지컬계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에는 드라마 ‘빛나라 은수’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도 얼굴을 알렸다. 2017년 결혼 후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작품에 출연 중이다. 6월에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플뢰르 드 리스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성수동을 벤처메카로 만든 착한 사업가 현대가 정경선

현대가 3세, 루트임팩트 정경선 대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 정경선(32) 씨는 소셜 벤처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더 많은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그는 2012년 우리 사회가 지닌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젊은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7년 6월 2백5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서울 성수동에 지상 8층, 지하 2층 규모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를 오픈했다. 이곳에는 바쁜 엄마들에게 아이 돌봄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째깍악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만지는 시계를 생산하는 이원코리아 등 소셜 벤처 80개사, 5백50여 명이 입주해 있다. 구글, J.P. 모건, 샤넬 재단 등 글로벌 기업 및 재단들이 루트임팩트의 프로젝트와 취지에 공감해 후원을 하고 있고, 정몽윤 회장도 후원을 한다. 정씨는 2017년부터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유학하면서도 루트임팩트를 챙기고 있다.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 실험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대림미술관의 별관인 한남동 디뮤지엄.
이해욱(50) 대림산업 부회장은 재벌 미술관이 재벌가 부속 미술품 수장고라는 인식을 깬 주인공. 대림산업 산하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은 세련된 기획과 이벤트로 젊은 층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해욱 부회장의 젊고 트렌디한 감각은 ‘아크로 시리즈’로 불리는 한강변 고급 재건축 아파트, 광화문 D타워 등 대림산업의 사업과 건축물에도 반영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2016년 운전기사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현재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기업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자원입대해 군 복무 SK 최민정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둘째 딸 최민정(27) 씨는 재벌가 딸 가운데 처음으로 군에 자원입대해 화제가 됐던 인물.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면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그의 자원입대는 SK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민정 씨는 2014년 해군에 입대해 3년간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 등 험지에서 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중국에서 유학한 그는 대학 재학 중에는 한중 교류에 관심을 갖고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했으며, 졸업 후에는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역(逆)직구 쇼핑몰을 설립하며 사업에도 재능을 드러냈다. 다음 행보를 궁금케 하는 그는 현재 중국에 머물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계의 별 두산 박서원 전무

두산가 4세, 박서원 전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9) 두산 전무는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빅앤트인터내셔널이라는 광고 회사를 설립하고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면서 ‘누구의 아들’보다 ‘광고천재’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특히 올바른 성 문화 확산을 위해 제작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 떨어지거나 상처가 나 상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과일로 만든 잼 ‘이런쨈병’ 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현재 두산매거진 대표이사, 오리콤 부사장으로도 활동하며, 그룹 전체에 크리에이티브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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