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단, 항명성 보도자료… 檢내부 “문무일 총장, 정당한 지휘권 행사”

전주영 기자 , 허동준 기자

입력 2018-05-16 03:00 수정 2018-08-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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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 2년간 檢수사만 3번째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고 있는 검찰 수사단이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문제 삼은 것은 위계질서가 분명한 검찰 조직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검찰청과 상의하지 않고 언론에 바로 배포한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 흔들기’ 또는 ‘항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 수사기밀 알고 있던 안 검사가 도화선

이날 문 총장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의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은 오전에 열린 안미현 검사(39)의 기자회견이었다. 이 사건의 최초 폭로자인 안 검사는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본인이 맡았던 춘천지검 수사와 현재 진행 중인 수사단 수사에 문 총장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문 총장이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소환하겠다는 대면 보고를 한 이영주 당시 춘천지검장에게 ‘국회의원의 경우 조사 없이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 조사를 못 한다’고 이해할 수 없는 지적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단이 올해 3월 15일 대검 반부패부를 압수수색한 과정에 대해 “지휘부 라인에서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 대검 메신저 쪽지로 확인해야 하는데 당일에는 건네주는 프린트물만 받고 이틀 뒤인 17일이 돼서야 포렌식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수사팀 내부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은 즉각 반박했다. 당시 춘천지검이 권 의원에 대해 면피성 소환 조사를 하겠다는 식으로 보고해 문 총장이 보강조사를 하라고 질책했는데 안 검사가 이것을 ‘이해할 수 없는 지적’과 압력이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 반부패부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검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 다음 날 7, 8시간 소요되는 포렌식 작업을 하면 중요 업무가 마비돼 이틀 후 실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당일 압수된 검찰 메신저 기록 중에는 안 검사가 “대검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수사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다. 감사하다”는 쪽지도 있었다고 한다.


○ 수사단 “수사지휘 왜 하나” 항명


문 총장이 수사단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외부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수사단이 이날 오후 배포하자 대검의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수사단은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함에 따라 대검에 ‘전문자문단’(가칭)을 구성해 심의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올 2월 수사 관련 사항을 대검에 보고하지 않는 독립적인 형태로 출범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지난달 25일 수사심의위원회 회부 요청과 함께 수사 결과를 수사단에서 송부 받은 것”이라며 “문 총장은 법리적인 쟁점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 혐의는 법리를 꼼꼼하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의 법률 비전문가들이 표결에 부칠 문제가 아니라는 게 문 총장의 의견이었다는 것이다.

대검은 수사단이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사외압 혐의(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의 직권남용 혐의 공범)를 적시하는 것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문 총장도 동의해 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수사단이 밝혔다.


○ 검사들 뒤숭숭… 수사단 비판 거세

검찰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문 총장을 음해하는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총장이 이견을 가지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들어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총장의 존재, 권한 자체를 몰각(沒覺)한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는 한 부장검사의 글이 올라왔다. 한 검찰 간부는 “안 검사가 수사단의 수사 기밀을 알고 있었고, 같은 날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단이 자신이 없으니 대검에 책임을 미루는 거다. 실력 없는 수사단이 검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특임검사 운영지침’에 따르면 결과를 보고받은 검찰총장이 특임검사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때 직무수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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