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1인 출판… 성공까지는 ‘좁은 문’

김지영기자

입력 2018-05-15 03:00 수정 2018-05-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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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포커스]

최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1인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 강의. 초기 비용이 낮고 다른 업종에 비해 장벽도 낮아 출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북스피어 제공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댓글 여론조작 장소로 지목된 느릅나무출판사가 화제가 되면서 1인 출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출판은 편집, 제작, 유통 등 업무 성격이 다채로워 일반적으로 여러 명의 손길이 필요하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는 많은 인력을 갖춘 대형 출판사들이 출판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인 출판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지원 기준에 따르면 1인 출판사는 5인 이하 사업장을 가리킨다. 수 년 새 독서시장에 이름을 알린 1인 출판사는 대개 2, 3명 혹은 대표 혼자 사업을 꾸리는 형태를 띠고 있다.


○ 해마다 1000곳 넘게 늘어나는 출판사들


KPIPA의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사 수는 2013년 4만4148곳에서 2016년 5만3574곳으로 늘었다. 해마다 3000곳 정도가 늘어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연간 1∼5종의 책을 발간하는 출판사의 경우 2013년 3730곳에서 2016년 4938곳으로 무려 1200여 곳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발행 종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출판사의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1인 출판 형태라는 얘기다. 출판 창업을 강의해온 김홍민 북스피어출판사 대표는 “문화공간 엑스플렉스에서 열리는 ‘1인 출판 스타트업’ 강좌(3개월)의 경우 강의마다 평균 30명 정도가 수강한다”고 1인 출판에 대한 일반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전했다. 이어 “현재 18기 수강생까지 배출됐다”고 덧붙였다.

출판사의 폭발적 증가는 낮은 진입장벽이 주 원인이다. 출판사를 열려면 관할지역 시군구청에 가서 등록신고만 하면 된다. 자신의 집을 사무실로 삼을 수도 있다. 필요한 초기 자본금 규모도 크지 않다. 발간하려는 책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적은 비용을 들일 경우 종당 1000만 원이면 책을 낼 수 있다. 편집, 디자인, 인쇄, 유통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복잡하고 많지만 대부분 외주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책을 출간하고 싶은 사람들이 기존 출판사를 두드렸다 거절당하면 1인 출판사를 차리는 일도 적지 않다.

출판산업의 극심한 불황도 역설적으로 1인 출판사가 활기를 띠게 한 요인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사의 구조조정으로 빠져나온 인력들이 회사를 차리는 일이 늘고 있다”면서 “책을 만들어온 편집자들이 출판사의 관리직이 아니라 현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바람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아무튼’ 시리즈를 내서 두 달 만에 1만 권 넘게 판매한 ‘코난북스’와 ‘제철소’ 등 요즘 주목받는 1인 출판사는 대부분 출판사 출신 인력들이 차린 회사다.


○ ‘좋아하는 일도 하고 돈도 번다’는 건 판타지

1인 출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 가운데 하나가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망해도 수억 원의 빚을 떠안지는 않으니까 치킨집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는 게 1인 출판인들의 설명이다. 책이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만 원의 가격이 매겨진 책의 초판 1000부를 찍을 때 들어가는 ‘최소 비용’은 ▽필자 계약금(선인세) 100만 원 ▽디자인 비용 200만 원 ▽인쇄 제본 등 제작비 200만 원 ▽창고 보관비용 100만 원 정도다. 이 책은 정가의 60% 정도로 서점에 들어간다. 1만 원짜리 책을 서점에 1000부 팔았을 때 출판사가 받는 돈이 600만 원이라는 얘기다. 물론 책을 서점에 넘긴 즉시 이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책이 독자에게 팔리면 그때에야 출판사에 금액이 지불된다. 1인 출판사 ‘스위밍꿀’의 황예인 대표는 “초판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책을 팔아 얻는 금액은 비슷하다. 중쇄를 찍어야 그때부터 수익이 나는 상황”이라면서 "초판을 소화하는 일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중쇄를 찍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1인 출판을 꿈꾸는 창업희망자들에 대해 제철소출판사의 김태형 대표는 “1인 출판은 내고자 하는 책과 관련한 소양과 지식을 갖춰야 하며 특히 특화된 분야가 있어야 한다”면서 “대형 출판사가 포착하기 어려운 전문 분야를 공략해서 독자를 확보해 나가면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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