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하늘에 떠 있는 드론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다, PAF 조규석 대표

동아닷컴

입력 2018-05-14 14:10 수정 2018-05-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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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12일,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원장: 오창희, 이하 경콘진)이 문화콘텐츠 융복합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선정해 시상하는 '제 3회 넥스트 스타트업 어워드(NEXT STARTUP AWARD)'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판교 경기창조경제융합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넥스트 스타트업 어워드는 수상자를 호명하고, 상을 주는 일반적인 시상식과 달랐다. 심사에 참가한 스타트업이 각각 자사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하고, 심사위원과 일반 대중들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이 심사에 참여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스타트업이 수상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의미보다 서로의 아이디어와 비전, 목표 등을 공유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하나의 네트워크에 가까운 자리였다.

제 3회 넥스트 스타트업 어워드(출처=IT동아)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청중평가단이었다.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 불특정 분야에서 다수의 일반인들이 참여해 스타트업의 발표를 듣고, 스스로 평가해 심사 과정에 참여했던 것. 특히, 모의투자 형태로 10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투자해 총 투자금액을 산정, 심사 과정 도중 발표하는 이색적인 이벤트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중평가단과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키튼플래닛(주)(대표: 최종호)가 대상을, (주)버프스튜디오(대표: 김도형)가 최우수상과 (주)엑스엔지니어링(대표: 강민구)이 우수상을 차지했다. 또한, 경콘진이 운영 중인 '경기 문화창조허브' 입주 스타트업들이 참여한 'G-HUB 데모데이'에서는 플렉슬(대표 이창일, 판교), (주)부크크(대표 한건희, 부천), 다이브코어(대표 이지훈, 광교), (유)픽셔너리아트팩토리(대표 임보라미, 북부), 시스템 (주)다온켐(대표 노종호, 서부)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넥스트 스타트업 어워드 수상팀들(출처=IT동아)

이에 IT동아는 각 부문에서 수상한 스타트업을 만나 자신만의 장점과 기술 노하우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를 꿈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자 한다. 14일, IT동아는 드론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에어로버 : 스페이스 드론의 귀환(Aerover : Return of the space drones)를 제작한 픽셔너리아트팩토리(이하 PAF)의 조규석 대표를 만나 현재까지 이룬 성과, 그리고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연히 하늘에 있는 드론을 보고 영감을 얻다

IT동아: '드론'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조규석 대표: 개인적으로 OEM / 아웃소싱 작업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에 자리를 많이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 끝에 '창작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OEM과 창작을 병행하며 준비했다.

나름 기술력이 있다 자처하고 있었는데 창작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기술은 물론이고 기획이나 다른 요소들도 필요했다. 그래서 픽셔너리아트팩토리라는 스타트업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다음 투자 유치가 힘들었다.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좋은데 이것으로 수익을 거두는 것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어떻게 사업성을 갖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우연히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을 보게 되었다. 저것을 보다가 "어? 드론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당시에는 드론 완구가 없었다. 기껏해야 전문가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는데 나중에 이 분야가 완구 및 취미 시장에까지 확장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가능성 충분한 시장에 콘텐츠가 뒷받침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기획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산 창작 캐릭터 발굴 지원 사업>에 신청했고 선정됐다. 그래서 세계 최초 드론 애니메이션 '에어로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후 <아시아 애니메이션 서밋>에 출품해 관계자들에게 발표도 하고 1위 수상도 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이후 방송국에서도 공동제작 제의도 들어왔고, 완구사에서도 계약 제의를 받는 등 조금씩 사업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고 있다. 그 중간에 국고 지원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산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개발 지원 사업>과 지난해 <국산 애니메이션 본편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돼 제작비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

에어로버는 2017년 11월 21일에 선행 방송을 한 편 했고, 올해 1월부터 방영했다. 약 2주 전에 MBC에서 시즌 1 방영이 종료됐고 이어 지금은 애니원, 7월에는 MBN을 통해 시즌 1이 방영될 예정이다. 이 외에 다른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픽셔너리아트팩토리 조규석 대표.(출처=IT동아)


IT동아: 애니메이션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조규석 대표: 물론 어려움이 많았다. 투자 유치 과정도 그렇지만 그 이후도 그랬다. 2016년, 공동제작을 하기로 했던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서다. 그와 동시에 사드 문제가 터졌다. 순식간에 약 18억 원 가량의 사업비가 사라졌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다. 당시 제작 인력이 확대되던 시기였는데 다시 정상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IT동아: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느낌이 다르다. 풀 디지털 방식 애니메이션인가?

조규석 대표: 맞다.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디지털 컷-아웃> 기술이다. 전통 애니메이션 기법에 컷-아웃이라는 장르가 있다. 종이를 오려 붙여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인데 이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다. 우리는 플래시나 애프터 이펙트 등 도구를 써 이를 구현했다. 15년 가량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다.

그 다음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언리얼을 도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맥스나 마야를 쓴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보니까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쓰기 어려웠다. 우리는 우선 무료인 블렌더로 모델링을 만들고 맥스와 마야가 필요한 작업이라면 이를 외부에 맡긴다. 드론의 비행이나 움직임은 언리얼로 제작하고 이를 시퀀스로 만든 다음에 애프터 이펙트에서 합성하는 식으로 구현했다. 실시간 렌더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고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 이렇게 해서 제작 비용을 15% 가량 줄일 수 있었다.


완구부터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고파

IT동아 :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는데, 구체적으로 드론의 어떤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조규석 대표: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라이선스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완구 기반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건 완구사가 지적재산권(IP)를 가지고 있다. 판매를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로 아카데미 사가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하도록 유도했다.

우리는 이 사업 외에 드론 코딩이나 교재와 같은 교육 산업이나 모바일 게임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충분히 접목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자체도 스포츠에 초점을 맞췄다. 반응이 좋았는지 실제로 우리가 에어로버를 방영한 이후 드론 관련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니까 우리가 초창기 했던 생각과 비슷하다.

사실, 왜 드론을 스포츠로 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해외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했다. 이 애니메이션이 통할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유럽과 호주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왜인가 봤더니 '폭격하는 무기다'라는 인식이 있어서 이걸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방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총을 만들어 파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해서 나온게 스포츠다. 드론 레이싱을 스포츠화 해서 그려내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냥 스포츠만 하면 재미 없으니까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야기가 조금 빠진 것 같은데, 이를 바탕으로 차후 드론 레이싱 경기를 개최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드론 올림픽 같은 느낌 말이다. 그래서 드론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에어로버'라는 고유 명사를 만든 것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체험관을 고양 스타필드에 마련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했다. 이어 레이싱용 드론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도 있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뮤지컬도 기획 중이다. 완구 외에도 애니메이션 세계와 연계된 다양한 산업들과 잘 녹아들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픽셔너리아트팩토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에어로버'.(출처=IT동아)


IT동아: 교육은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조규석 대표 : 이 분야는 완구와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때문에 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해 드론 협회들과 논의 중이다. 교재와 교육용 영상에 에어로버 캐릭터들을 접목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에 있다.


IT동아: 에어로버를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조규석 대표 : 애니메이션 소재가 드론이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을 7화 정도 만들어서 시연을 했는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더라. 이 때 내부에서 두 가지 의견이 있었다. 하나는 폐기, 또 다른 하나는 살리자였다. 그런데 이걸 과감히 폐기하고 '우리 무조건 재미 있게 만들어야 된다'며 새로 만들었다. 그래서 다양한 내용들 담아내고자 했다. 주인공이 스스로 성장하는 것, 사회의 불합리와 맞선다거나 하는 등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코미디 요소도 곳곳에 가미하고자 노력했다. 역시나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에피소드는 투자 철회에 의한 손실이다. (웃음)


어려운 길이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승부하겠다

IT동아 : 애니메이션 제작 당시 고려한 연령층,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크게 신경 쓴 부분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조규석 대표: 픽사 애니메이션만 봐도 어느 누가 딱 본다라는 느낌은 없지 않은가? 에어로버도 전체 연령가로 심의는 받았지만 남녀노소 누구든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에는 연령층의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포인트가 연령에 따라 다르더라. 이걸 충분히 고려했다. 그래서 개발 단계에 사운드와 음악, 캐릭터성(스토리) 등에 공을 많이 들였다.

사운드는 5.1채널로 모두 녹음했다. 음악에는 유명 드라마 PD와 작곡가를 섭외해 약 100여 곡 가량의 음원을 만들었다. 음악 품질에는 정말 자신 있다. 이는 향후 DVD/블루레이와 음원 사업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타이틀곡도 "우리 함께 앞으로 달려가자~" 이런 유치한거 말고 노래방에서도 부를 수 있게 제대로 한 번 만들자고 해서 작업했다. 솔직히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타이틀곡 라젠카 이후로 듣기 어려워지지 않았나. 여러모로 에어로버에 많은 힘을 쏟아 넣었다.

성우도 A급을 쓰자는 주의다. 이는 애니메이션의 주목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유명 성우는 기본적으로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기도 매우 잘 한다.

픽셔너리아트팩토리 조규석 대표.(출처=IT동아)


IT동아: 올해 및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을 듣고 싶다.

조규석 대표: 여럿 있다. 우선 방송 계획이 잡혔으니 이를 바탕으로 한 라이선스 사업을 위주로 움직일 생각이다. 그리고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과 기타 매체를 활용해 에어로버를 알리는 일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자금이 넉넉한 기업은 아니기에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누적된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우리 팬을 하나 둘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대한드론협회와 아카데미 등과 협업해 드론 레이싱 대회를 작게 개최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우리가 직접 개최하는 것보다 뒤에서 지원하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이 부분은 천천히 생각하고자 한다. 다음 아이템에 대한 생각도 있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중요한 콘텐츠라 생각하는데, 동시에 다른 산업 분야와 융합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부분을 잘 떠올리면서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현재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여러 계획을 현실화하려면 투자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에어로버를 재미 있게 감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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