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의 실록한의학]〈51〉부부금실을 좋게 하는 처방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입력 2018-05-14 03:00 수정 2018-05-14 03:00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동양의 탈무드라 불리는 채근담에는 ‘가정에 참부처가 있고 일상 속에 참된 도가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원만한 부부생활이 도 닦는 것만큼 어렵다는 의미.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 선생도 전라도 순천에 살았던 이함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재혼 후 부부갈등으로 고뇌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물론, 조선의 왕들도 부부갈등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었다.성종은 전쟁 같은 사랑을 한 왕이다. 한명회의 딸인 공혜왕후 한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숙의 윤씨를 왕후로 맞았다. 그가 바로 연산군의 어머니다. 윤씨는 왕후가 된 이후 성종의 과도한 여성편력에 화가 난 나머지 국모로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일 날 성종이 시첩을 찾아가자 그 방에 예고도 없이 쳐들어가는가 하면, 주머니에 비상(砒霜)을 숨겨둔 사실이 발각돼 빈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윤씨는 성종의 얼굴을 손톱으로 할퀸 일로 왕과 인수대비의 진노를 사 폐비됐다.
성종은 몇 년 후 윤씨에게 사약을 내린다. 윤씨는 비상으로 성종을 겁주는 데 그쳤지만 성종은 실제 비상으로 윤씨의 목숨을 빼앗았다. 재위 13년 8월 성종은 전의감으로부터 ‘사람을 죽이는 데 비상만 한 게 없다’는 답을 얻은 후 좌승지 이세좌에게 직접 비상을 들고 가 윤 씨를 사사했다. 아들 연산군이 조선 역사상 가장 타락한 왕이 되는 것으로 전쟁 같은 사랑은 막을 내렸다. 비상은 이처럼 조선의 왕들이 가장 두려워한 독약이었다. 본초강목은 비상을 ‘약효가 표범처럼 맹렬해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무서운 약물로 분류했다. 비소가 주성분인 비석(砒石) 결정체를 가루 내 쓰는데 원래는 학질을 치료하는 한방 약재다. 무색무취 무미하여 공포의 대상이었던 비상을 색출할 유일한 방법은 은비녀인 은차(銀釵)였다.
동의보감에는 부부 사이를 좋게 하는 주술적 처방이 나온다. 원앙새 고기로 죽을 쒀 모르게 먹이거나, 음력 5월 5일에 뻐꾸기를 잡아 다리와 머리뼈를 차고 다니게 하는 것. 하지만 원앙새 고기 처방은 잘못된 지식에서 나온 듯하다. 실제 원앙은 소문과 달리 금실이 좋지 않기 때문. 암컷이 죽어도 수컷이 그 곁을 쉬 떠나지 않는다고 해 그렇게 알려져 왔지만 실제의 원앙은 매년 상대를 바꿔 산다. 그 대신 부부 금실이 진짜 좋은 동물은 ‘원앙어’라는 기록이 있다. 김려라는 조선 후기 학자는 그의 저서 ‘우해이어보(牛海異語譜)’에 이런 기록을 남겨놓았다.
‘이름은 원앙어라고도 하고 해원앙이라고도 한다. 생김새는 연어와 비슷하나 입이 작고 비늘은 비단처럼 곱고 아가미는 붉다. 이 물고기는 암컷과 수컷이 항상 붙어 다니는데 수컷이 달아나면 암컷이 수컷의 꼬리를 물고는 죽어도 놓아주지 않는다. 낚시꾼들은 원앙을 낚게 되면 반드시 쌍으로 낚는다. 이 고장 토박이의 말에 따르면 원앙어의 눈을 뽑아서 잘 말려 남자는 암컷의 눈을 차고, 여자는 수컷의 눈을 차고 다니면 부부간의 금실을 좋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부부갈등으로 인한 화병으로 진료실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 많은 수는 ‘이런 불행이 왜 내게만 찾아오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하지만 부부갈등이 시대나 권력, 계층이나 지적 수준과 상관없이 있어 왔던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억울할 일도 없을 듯하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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