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방귀희]장애인 일자리, 문화기술이 답이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입력 2018-05-11 03:00 수정 2018-05-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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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2017년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며 필자가 주목한 것은 장애인의 학력 수준이었다. 대졸 이상이 15.2%로 1980년 처음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와 비교할 때 5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결과는 학력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진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1995년부터 시작된 장애인특례입학제도가 큰 몫을 차지했다. 대학에서 장애학생을 받아주지 않아 특별전형을 실시한 것인데 이 제도로 중증장애인들이 대학교육을 받게 됐다. 장애인의 학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전문인력으로 양성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청년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대졸 장애인의 취업률은 35.5%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장애인 복지가 처음 시작되던 시기에는 장애인의 낮은 교육 수준이 취업의 부적격 요소가 됐는데 막상 학력이 높아지자 이번에는 고학력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렵게 공부해 전문 능력을 갖춘 청년 장애인의 미래가 암울하다면 결국 이들은 사회복지 대상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면서 아직도 장애인을 복지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능력을 갖춘 청년 장애인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사실 4차 산업에서는 장애가 큰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 장애인에게 가장 문제가 됐던 이동, 접근성 등이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 뇌성마비장애로 이동은 물론 대화조차 어려운 우창수 씨는 최근 스토리 웹툰 공모전 스토리 부문에 당선해 장애 문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요즘은 웹툰이 대세이고 웹툰에서 인기를 끌면 드라마, 영화, 소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많은 작가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우 씨의 당선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웹툰작가로 활동하는 이수연 씨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청각장애인이다. 이 밖에도 일러스트나 드로잉을 하는 장애인 작가가 많다. 청년장애인의 일자리 해결 문제는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분야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자동차를 대량생산해 인류에게 빠른 이동이라는 선물을 준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대량생산을 위해 분업을 실시했고 부족한 노동력을 장애인 노동자로 채워서 인류에게 자동차시대를 열어줬다. 이처럼 청년 장애인들이 경제의 새로운 일꾼이 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다면 청년 장애인들이 전문 인력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세금을 내는 국민이 될 수 있다.

1945년에 출간된 헨리 커트너의 소설 ‘위장’에는 기계 인간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과학자가 사고로 신체가 완전 파괴되지만 뇌를 메타실린더에 넣어 우주여행에 적합한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우주 정복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체의 장애는 큰 문제가 아니며 결국 중요한 것은 창의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청년 장애인의 미래를 열어준다면 장애인 복지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며 통일 이후 북한의 장애인들까지 포용할 수 있다. ‘통일 한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장애인 천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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