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 독립 미흡”… 금융위에 날세워

황태호 기자

입력 2018-05-09 03:00 수정 2018-05-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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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날 금융감독체계 개편 신호탄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감독기관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의 정체성과 독립성 확보를 넘어 향후 금융감독 체계 개편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원장은 그동안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를 없애고 금감원을 민간 독립기구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금융위 해체론자’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원장은 8일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동안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정부 부처인 금융위가 금감원을 지도, 감독하도록 돼 있는 현행 체계를 반대해온 윤 원장의 철학이 드러난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 줄곧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요구해왔다. 금융위를 해체해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정책과 집행은 금감원이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게 윤 원장의 구상이다.

윤 원장이 주장하는 ‘금융위 해체’ 방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 때 밝힌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금융위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까지 감안하면 20년간 유지된 금융부처 조직 체계를 뒤흔드는 ‘대수술’이어서 실제 개편으로 진행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금융위의 정책 보조를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감독기구로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수 시절부터 금융위 정책을 ‘가속페달’, 금융감독을 ‘브레이크’에 비유해왔던 윤 원장은 이번 취임사에서도 “소신을 갖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금감원이) 자금 쏠림 현상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이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의 잇따른 조기 낙마로 땅에 떨어진 금감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쇄신 작업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금융법규를 집행하는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함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며 “또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 감독, 검사의 질적 수준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대 현안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취임사에서 “잠재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동시에 현실화된 위험에는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금융감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금융소비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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