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싸움 불 붙이는 네이버 댓글… 표현의 자유 되레 훼손”

신무경 기자

입력 2018-05-09 03:00 수정 2018-05-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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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SSK 연구단 분석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네이버 댓글이 건강한 여론을 생성하기보다는 좌우 커뮤니티 누리꾼들의 비난 일색 싸움터로 전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이 기자, 언론, 뉴스에 대한 험담을 쏟아내는 등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오히려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연세대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한국사회과학연구(SSK) 다중극화와 불평등 연구단’ 송준모 연구원이 발표한 ‘댓글로 본 온라인의 화력지원에 대한 정량적 분석’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여론의 상당 부분은 좌우 커뮤니티에서 동원된 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늘의유머, 클리앙, 뽐뿌, 루리웹, 트위터,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및 안철수갤러리 등이 대표적인 커뮤니티다.

이번 연구는 댓글 여론에 외부의 동원이 미치는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4월 13∼23일 네이버 뉴스에서 ‘드루킹’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뉴스(1만1289개)와 댓글(3만6372개), 작성자 ID(1만9948개) 공감 수와 비공감 수 정보 등을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네이버 메인에 노출된 기사라도 해당 링크가 외부 사이트(커뮤니티)에 오르지 않거나 이른바 좌파 사이트에만 올라왔을 때에는 추천 수와 비(非)추천 수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여론 동원 여부는 해당 뉴스 기사 제목이나 링크를 구글로 검색했을 때 좌우파 사이트 내 게시물에 해당 제목과 링크가 노출된 경우로 한정했다.

반면 좌우파 사이트 양쪽에 기사 링크가 오르면 추천 수, 비추천 수의 증가폭은 매우 커졌다. 즉, 네이버 메인에 노출됐고 좌우파 양 진영에 모여든 누리꾼들의 ‘화력지원’이 있을 때 추천 수 및 비추천 수를 통한 여론전이 강한 강도로 벌어지는 셈이다.

특히 드루킹과 관련된 기사에서 ‘댓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좌우파 사이트에서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댓글이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는 불필요한 논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성향 이용자들은 기사와 직접 관련된 매크로, 특검, 국정조사 등의 키워드보다는 기레기, 기자 등의 키워드를 동원해 언론 비난에 집중했다. 보수 성향 누리꾼들도 기사 내용보다는 문빠, 베댓(베스트 댓글), 좌표 등의 키워드를 앞세워 정부 지지자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송 연구원은 “우파 사이트 내에서는 ‘경찰 수사’, 좌파 사이트 내에서는 ‘매크로 논란’이 댓글 키워드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나름대로 합리적인 내용이 많다. 하지만 좌우파 성향의 누리꾼이 직접 격돌하는 장소에서는 댓글 논조가 과격해지고 자극적이 된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 뉴스 기사가 메인 뉴스로 등판했을 때 10분을 기점으로 댓글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은 100분을 기점으로 정점에 달하며 1000분이 지나면 댓글 전쟁이 사실상 종료되는 양상이다. 16시간 40분이 지나면 뉴스 기사의 참신성이 소멸해 댓글 전쟁터로 부적합해진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송 연구원은 “맹목적인 여론 형성을 방지하려면 누리꾼의 눈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고 상대방도 식별할 수 있는 댓글이라는 공간의 접근성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9일 한성숙 대표 등 경영진이 뉴스편집과 댓글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한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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