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리휠 “韓 통신료 세계 2위”… 국내이통사 “자의적”
신동진 기자
입력 2018-05-08 03:00 수정 2018-05-08 03:00
한국소비자 ‘통신료 호갱’ 논란
“1GB 1만7900원… 핀란드의 70배”
리휠, 한국 등 42개국 통신료 비교
“국내 통신환경 무시해 왜곡”… 이통업계, 조사 신뢰도 부족 지적
국내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을 단숨에 ‘호갱’(호구 고객을 뜻하는 은어)으로 만들어버린 조사 결과가 알려지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편향되고 자의적인 분석”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핀란드 통신 컨설팅업체 리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에 속한 41개국 요금제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GB(기가바이트)에 13.9유로(약 1만7900원)로, 가장 비싼 최상위국(약 17유로·국가명 비공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또 30유로(약 3만8600원)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양을 보면 한국이 1GB로 세 번째로 적었다. 리휠은 지난해 12월에도 한국의 데이터 요금이 41개국 중 가장 고가(1GB에 13.4유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통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말 리휠의 발표 당시처럼 “한국의 통신 환경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국내 업체에 불리하게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같은 조사에서 핀란드의 통신 요금은 한국의 70분의 1 수준(1GB에 0.2유로)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왔는데 리휠이 자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편향된 기준을 들이댄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 한국, 캐나다, 미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명만 공개된 점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리휠은 △통화와 데이터를 함께 제공하는 스마트폰 요금제와 △무료 통화 없이 데이터만 제공하는 데이터 전용 요금제를 구분해 요금을 비교했다. 국가별로 출시된 요금제 전부를 나열해 데이터당 요금 가운데 중간값을 찾는 방법을 썼다. 중간값은 수치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한 수치다. 따라서 이 방법을 쓰면 국가별 요금제 개수, 요금제 금액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온다. 이용자의 선택폭을 고려하지 않고 고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단 2개 내놓은 국가라도 데이터당 요금은 낮아 마치 고객에게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둔갑될 수 있다.
이통사들은 특히 리휠의 조사가 무료통화를 1000분 이상 제공하는 요금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핀란드는 1000분 이상의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 대부분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여서 데이터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 반면 음성통화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보편화된 한국은 데이터 제공량이 제한적인 저가 요금제들도 대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데이터당 가격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월평균 음성통화량은 300∼400분으로 리휠 조사에서 요금제 선정 기준 1000분과 비교하기에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각국 통신 요금은 구간별 데이터 제공량, 요금 할인, 약정 등 많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기준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국내에서 시행 중인 25% 선택약정 요금 할인 제도와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데이터 속도 등 질적인 평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 가입을 부추기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8만 원 이상 고가 요금제 고객에게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스마트 기기 월정액 무료 등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 일부 통신사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놓고 고가 요금제를 확대해 매출액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단말기 구입 시 소비자의 82.3%가 중·고가 요금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단가보다 요금제 가격에 따라 혜택 편차가 큰 ‘부익부빈익빈’ 데이터 사용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이통3사 데이터 최저 요금제는 300MB∼1GB 정도밖에 제공하지 않는다. 10GB까지 제공하는 주요국과 차이가 크다.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 사이 데이터 제공량 등 이용자 차별은 조사 대상 11개국 중 한국과 미국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GB 1만7900원… 핀란드의 70배”
리휠, 한국 등 42개국 통신료 비교
“국내 통신환경 무시해 왜곡”… 이통업계, 조사 신뢰도 부족 지적
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핀란드 통신 컨설팅업체 리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에 속한 41개국 요금제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GB(기가바이트)에 13.9유로(약 1만7900원)로, 가장 비싼 최상위국(약 17유로·국가명 비공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또 30유로(약 3만8600원)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양을 보면 한국이 1GB로 세 번째로 적었다. 리휠은 지난해 12월에도 한국의 데이터 요금이 41개국 중 가장 고가(1GB에 13.4유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통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말 리휠의 발표 당시처럼 “한국의 통신 환경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국내 업체에 불리하게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같은 조사에서 핀란드의 통신 요금은 한국의 70분의 1 수준(1GB에 0.2유로)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왔는데 리휠이 자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편향된 기준을 들이댄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 한국, 캐나다, 미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명만 공개된 점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이통사들은 특히 리휠의 조사가 무료통화를 1000분 이상 제공하는 요금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핀란드는 1000분 이상의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 대부분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여서 데이터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 반면 음성통화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보편화된 한국은 데이터 제공량이 제한적인 저가 요금제들도 대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데이터당 가격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월평균 음성통화량은 300∼400분으로 리휠 조사에서 요금제 선정 기준 1000분과 비교하기에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각국 통신 요금은 구간별 데이터 제공량, 요금 할인, 약정 등 많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기준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국내에서 시행 중인 25% 선택약정 요금 할인 제도와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데이터 속도 등 질적인 평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 가입을 부추기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8만 원 이상 고가 요금제 고객에게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스마트 기기 월정액 무료 등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 일부 통신사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놓고 고가 요금제를 확대해 매출액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단말기 구입 시 소비자의 82.3%가 중·고가 요금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단가보다 요금제 가격에 따라 혜택 편차가 큰 ‘부익부빈익빈’ 데이터 사용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이통3사 데이터 최저 요금제는 300MB∼1GB 정도밖에 제공하지 않는다. 10GB까지 제공하는 주요국과 차이가 크다.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 사이 데이터 제공량 등 이용자 차별은 조사 대상 11개국 중 한국과 미국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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