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 커져 ‘외환 안전판’ 보강

김준일 기자 , 박재명 기자

입력 2018-05-07 03:00 수정 2018-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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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한일 통화스와프 재추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현지 시간)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논의 재개를 시사한 것은 3월 한미 금리가 역전된 이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초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역전 상황을 되돌릴 수 있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가 많고 내수 경기가 부진해 ‘저금리 처방’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자본 유출에 대비한 안전판을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 금리 급등에 대비한 안전판

미국은 6월에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있고, 물가도 목표치(2%)에 근접하는 등 내수가 살아났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예측대로 미국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리는 반면에 한국의 금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 현재 1.50∼1.75%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1.5%)보다 크게 높아진다.

한국에 있던 외국인 자금이 이자를 더 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수출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이미 경고음은 나오고 있다. 올 1월 2조110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투자가는 2월 2조8215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조313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은 단기 재료에 따라 매매 동향이 움직이는 측면이 있는 만큼 자본 유출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3월 이후 그 격차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 분야에서도 ‘셀 코리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도 글로벌 돈의 흐름에 따라 자본유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한일 통화스와프 같은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덕분에 대규모 자본유출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 “경제 논리로 협정 추진할 필요”

한일 양국은 2015년 2월 통화스와프 종료 이후 정치, 외교적으로 대립하면서 협정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화스와프 논의와 관련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본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매개로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중국이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그 다음 차례일 수 있다. 청와대 당국자도 4일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고위급 회담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한일 통화스와프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 간 약속이기 때문에 정치 문제에서 자유로운 한은이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일본도 통화스와프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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