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신임 금감원장 임명… 금융위원회 해체 주장했던 학계 출신 개혁파

황태호기자

입력 2018-05-05 03:00 수정 2018-05-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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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강력 드라이브 예상
박용진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
일각선 “기업-시장 이해 깊어”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70·사진)가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됐다. 김기식 전 원장이 국회의원 재직 시절 외유성 출장, 정치 후원금 셀프 기부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16일 물러난 지 18일 만이다.

청와대는 4일 금융위원회가 제청한 윤 원장의 임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결재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해 금융감독 분야의 혁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제청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윤 원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 출신이다. 한국금융학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거쳐 한림대 경영대학장,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 정부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과 친분이 깊다.

윤 원장에 대해서는 강성 개혁파라는 의견과 동시에 합리적인 학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재벌들과 관료들이 늑대(김 전 원장)를 피하려다 호랑이(윤 원장)를 만났다”고 썼다. 윤 원장이 ‘저승사자’로 불린 김 전 원장보다 강하게 재벌을 압박할 인물이라는 얘기다.

윤 원장은 현 정부 들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부가 내세우는 금융개혁의 실행 방안을 만들며 재벌에 대한 개혁 성향을 드러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를 권고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銀産)분리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학자 시절에는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산업 정책은 기획재정부로, 감독 정책은 민간 공적기구로 이관하는 급진적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평가도 있다.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본인의 소신이 뚜렷하지만, 금융을 전공했고 다양한 금융회사에서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 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한국씨티은행과 KB국민카드, ING생명 등 다양한 업종의 금융사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당시 외국계 금융사의 배당까지 금감원이 간섭하는 것을 두고 지나친 규제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면서도 금융위의 자문기구 격인 혁신위원장을 맡으며 금융위와 혁신위 사이의 이견을 비교적 매끄럽게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와) 조화롭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에도 잘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으로 출근해 첫 업무보고를 받은 윤 원장은 8일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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