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과학에세이]‘호모 업데이트쿠스’가 되라는 스트레스

김재호 과학평론가

입력 2018-05-01 03:00 수정 2018-05-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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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오늘도 10번 정도는 업데이트를 한 것 같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노트북컴퓨터에서 웹사이트를 접속하면서 말이다. 어제 업데이트를 했는데 오늘도 업데이트를 하란다. 시스템을 최신 버전으로 바꾸는 업데이트 혹은 업그레이드로 인해 피로도가 높아진다. 업데이트를 지금 할지 나중에 할지에 대한 결정의 업데이트도 신속히 해야 한다.

업데이트는 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앱을 설치하는 플랫폼인 앱스토어 역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당당히 요청한다.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 앱스토어 업데이트가 의무이다.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를 하도록 지원하는 마켓플레이스 역시 업데이트가 필수다. 컴퓨터를 움직이게 하는 운영체제(OS)는 물론이요,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웹브라우저 역시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를 강요한다. 보안과 클리닝의 차원에서 업데이트는 필수다. 컴퓨터를 끌 때는 그냥 종료가 아니라 ‘업데이트 및 종료’이다. 음성 인공지능 비서와 소셜 로봇들도 얼마큼 업데이트를 했느냐에 따라 실용성이 좌우된다.

최근 ‘비즈니스 오브 앱스’는 전 세계 앱과 앱퍼블리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인용해 미래 사회를 예측했다. 2016년에 비해 2017년 앱 다운로드는 50억 회가 늘어난 1970억 회에 이르렀다. 2021년 앱 다운로드는 3520억 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앱퍼블리셔는 154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을 수십 개씩 만들어 배포하는 앱퍼블리셔들을 고려하면 앱 전체의 숫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2019년에 이르면 스마트폰 이용자가 50억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전 세계 인구의 약 67%가 모바일과 업데이트의 쳇바퀴에 귀속되는 것이다. 지금도 매년 9000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는데, 축적되고 소멸되는 숫자를 고려하면 정말 기하급수적인 증가다. 각각의 웹사이트는 자체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여 정보와 정보의 연결을 제공한다. 따라서 업데이트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셈이다. 정보가 차고 넘치며(스필오버), 연결(링크)되어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공존하며 쌍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버 물리 시스템의 세계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세계를 쉽게 설계 및 구축(Set)하고 재설계와 재구축(Reset)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앱과 시스템은 금방 삭제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다시 설계 및 구축하면 된다. 예를 들면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업데이트가 제대로 안 되는 서비스는 지속되기 힘들다. 인간의 뇌는 이제 (재)설계와 (재)구축의 구조로 변모해 간다. 이미 1979년 미국의 로봇연구소는 로봇 세상의 도래를 예견하며, 로봇을 재프로그래밍(Reprogrammable)할 수 있는, 다기능의 조작 장치로 정의한 바 있다.

필자가 쓰는 앱에는 메신저, 지하철 노선도나 통신사를 비롯한 각종 멤버십, 버스 실시간 확인, 메모장, 웹브라우저, 소셜 커머스, 메일 체크, 영화 예매, 내비게이션, 스케줄 및 달력 등이 있다. 이 앱들이 없으면 일상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각각의 앱은 자체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시스템은 통합되지 못하고 경쟁의 구도 혹은 그 본질상 분산되어 있다. 분산된 시스템은 안 그래도 복잡한 현대사회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글씨체만 하더라도 하드웨어마다 설치 여부에 따라 다르고, 워드프로세스는 버전에 따라 호환의 여부가 결정된다.

디지털 격차는 넘쳐나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업데이트를 잘 따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지만 업데이트는 아무나 감당하지 못한다. 현대인들은 수십 개의 앱이나 웹사이트를 이용하다 보니 늘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불완전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패치를 깔아야 하며,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플랫폼과 앱에 적응하기 위해 바쁘게 손을 놀려야 한다. 친구와 얘기라도 할라치면 대화앱을 최신 버전으로 우선 업데이트해야 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업데이트를 하라고 하니 정보의 흐름이 막힌다. 그런데 업데이트를 위해 치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은 오히려 부수적이다. 업데이트가 안 되면 현대인들은 불안하다. 소통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소외감 때문이다. 더욱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면 할인쿠폰 없는 구매 등에서 결정 장애에 빠지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이제 공평한 출발선 앞에서 무지의 베일에 싸인 채 경쟁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정보와 시스템을 업데이트 했느냐에 따라 진화와 도태가 결정된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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