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북한산’ 앞에서 기념촬영… ‘장산곶’ 바라보며 만찬

정양환 기자 , 김민 기자

입력 2018-04-26 03:00 수정 2018-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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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장 장식한 그림들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집에 배치되는 미술작품들. 신태수 작가의 ‘두무진에서 장산곶’(왼쪽 사진)은 3층 연회장 주빈석 뒤에 놓이고,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은 1층 로비에 걸려 남북 정상의 기념사진 배경이 된다. 청와대 제공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집에 배치하는 미술 작품은 북한산과 금강산, 제주도 등 한반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작품들로 주로 선정했다. 작가들은 민중미술부터 순수회화, 사진에 이르기까지 고루 포진했다.

1층 로비에 걸려 남북 정상의 기념사진 배경이 될 ‘북한산’을 그린 민정기 화백(69)은 25일 발표 때까지 선정 사실을 몰랐다. 이날 오후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민 화백은 “막 소식을 들어 다소 당황스럽다”며 “좋은 화가가 많은데 내 그림이 그런 역사적 공간에 걸릴 만한지 스스로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북한산은 민 화백이 2007년 완성한 452.5×264.5cm의 대형 작품. 2010년경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해 소장해 왔다. 민 화백은 “조국 산하를 화폭에 담는 일은 조선 진경산수 이래로 이어진 소중한 전통”이라며 “작가로서 열심히 살아온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북한산’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다가 실행에 옮긴 작품입니다. 두 달 동안 매일 산에 올라 답사한 뒤 작업에 들어갔죠.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전도’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전도(全圖) 형식을 취했어요. 북한산 응봉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산을 감싼 북한산성을 담아낸 형국입니다.”

2층 회담장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681×181cm)을 그린 신장식 국민대 교수(59)는 30년 가까이 금강산을 그려온 작가다. 그는 “사계의 아름다움이 분명한 금강산은 겸재를 포함해 많은 예인들이 사랑한,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 본인이 소장하던 작품으로 이번에 대여 요청을 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금강산 옥류동 계곡을 올라가면 구룡폭포가 있는데, 그 위에 8개의 소(沼)가 상팔담입니다. 그곳 전경이 하늘에서 내려온 꽃 같다고 ‘천화대’라 부르죠. ‘상팔담에서…’는 그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경을 담았습니다. 남북 회담이 좋은 결과를 내길 기원합니다.”

판문점 평화의집 1층 접견실에 놓일 김중만 작가의 사진 작품 ‘천년의 동행, 그 시작’. 청와대 제공
1층 접견실 병풍은 김중만 작가(64)의 사진 작품 ‘천년의 동행, 그 시작’. 김 작가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요청이 들어와 작업했다”며 “뜻깊은 작업이라 작품은 무상 제공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기념관이 소장한 여초 김응현(1927∼2007)의 ‘훈민정음’을 재해석했다.

“한글은 우리가 한민족임을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매개체입니다. 거기에 남북 정상을 뜻하는 ‘ㅁ’은 파랑, ‘ㄱ’은 빨강으로 색을 집어넣었죠. 미학적 접근인데, 학예연구사들이 각각 ‘통하다’ ‘만들다’는 뜻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좋은 일에 좋은 뜻이 담겨 기쁩니다.”

3층 연회장 주빈석 뒤에 걸린 ‘두무진에서 장산곶’의 신태수 작가는 “청와대에서 2주 전쯤 연락받았다”며 “소중한 국가 행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2014년 백령도에 머물며 그린 작품입니다. 서해5도는 분쟁의 상처가 남은 장소잖아요. 하지만 백령도의 두무진과 북한 땅 장산곶은 남북이 대치한 장소인데도 땅 자체는 평화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함께 하나가 되길 소망하며 그렸습니다.”

이 밖에 2층 회담장 입구엔 천경자 화백의 수제자로 알려진 이숙자 작가의 ‘청맥,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엉겅퀴’가, 로비 방명록 서명 장소에는 판화가 김준권 작가의 ‘산운(山韻)’이 걸린다.

평화의집에 걸리는 작품들은 청와대에서 직접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초기 협조 문의가 오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진행은 청와대에서 관할했다”며 “‘북한산’을 포함한 일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청와대에서 요청해 대여해 줬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ray@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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