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재건축 부담금, 엿장수 마음대로?

주애진기자

입력 2018-04-19 03:00 수정 2018-04-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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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추정치 근거 산정 혼란 예고


《다음 달 초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처음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다.

‘깜깜이’ 부담금 산정에 이어 조합원 간 분배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통보 대상인 강남권 단지는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와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강남구 대치쌍용 2차, 송파구 문정동 136 등 4곳이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아파트 단지들이다. 반포현대 재건축조합이 이달 초 가장 먼저 관할 구청에 산정 자료를 제출했고 나머지 3곳은 시공사를 선정한 뒤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반포현대 조합에 따르면 자체 추산한 결과 조합원 1인당 부담액은 평균 850만 원이다. 대치쌍용 2차 조합도 8000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국토부가 올 1월 공개한 예정액과 크게 차이 난다. 국토부는 강남권 단지 15곳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조합원 1인당 부담액이 최저 1억6000만 원에서 최고 8억4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차이가 큰 건 초과이익 계산법 자체가 수많은 가정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아파트를 준공할 때 가격(종료시점)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때(개시시점)의 가격과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빼서 계산한다. 이 계산에 따른 초과이익이 나오면 부과율 최고 50%를 누진 적용한다. 이때 개시시점의 가격 외 나머지 항목은 모두 추정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측은 개발비용을 더 높게 잡는 방식으로 초과이익을 낮추려 할 것이고, 국토부는 분양가 등을 높게 잡아 초과이익을 높이려 할 것”이라며 “분양가에 따른 수익이 얼마인지, 개발비용을 어디까지 인정해줄지 등에 따라 부담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총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이후다. 구청 담당자들은 “전체 예정액만 통지할 뿐 어느 가구가 얼마나 더 부담할지는 조합이 정한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가 구청에 배포한 ‘재건축 부담금 업무매뉴얼’에는 ‘조합원별로 종전 자산을 평가한 가액 등을 고려해 분담 기준과 비율을 결정하라’고 돼 있다.

조합들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조합원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자칫 부담금 부과 이후 분쟁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을 이익으로 보고 일부를 환수하는 것이다. 미실현 이익인 데다 집을 언제, 얼마에 샀는지에 따라 개인이 얻는 이익이 다르다. 대치쌍용 2차의 전용면적 120.76m² 아파트는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직전인 2014년 3월 11억625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에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16억5000만 원에 팔렸다. 총액을 가구 총수로 나눠 부담금을 매길 경우 지난해 5월에 산 조합원의 반발이 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반포현대 조합 관계자는 “부담금 부과 기준이 조합원 수라서 당연히 n분의 1로 나누는 줄 알았다. 대지 지분 등을 고려한 권리가액을 기준으로 나눠도 각자 아파트 매수 시점이 달라서 논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치쌍용 2차의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별 분배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다. 정부나 구청이 명확하게 정해주지 않으면 조합원 간 분쟁으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재건축 사업 추진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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