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美-中, 기축통화 패권경쟁의 서막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

입력 2018-04-12 03:00 수정 2018-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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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
글로벌 경제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두 국가가 내놓는 메시지에 따라 매일 요동치고 있다. 현재의 갈등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이번 갈등은 양국의 무역 분쟁을 넘어 기축통화 국가의 지위를 놓고 벌이는 패권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는 전 세계 무역과 금융거래가 원활하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필요할 때마다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초인플레이션 같은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들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차선책은 대외 거래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겪게 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라고 부른다.

구조적인 문제란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기축통화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기축통화 발행국이 경상적자 규모를 줄이려 하거나 흑자 유도 정책을 편다면 유동성 공급이라는 의무를 저버리게 된다.

기축통화 국가는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가지 정책을 주로 활용한다. 첫 번째는 제조업의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기초로 한 산업정책, 두 번째는 높은 관세를 통한 무역정책, 세 번째는 달러 등 자국 화폐의 약세를 유도하는 환율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성공하면 기축통화 국가에 유리한 글로벌 경제, 금융 환경이 조성된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외 경제정책은 과거의 영국 등 기축통화 국가들이 자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사용해 온 방법 그대로다. 이 대결에서 승리한 국가는 기축통화라는 이점을 갖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패권국의 지위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반면에 패한 국가는 기축통화국의 소프트파워를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기축통화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과 새롭게 차지하려는 중국의 경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이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두 나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 큰 영향을 감수해야 할 운명에 놓였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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