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만 정호TLC 회장 “대형 빌딩 전체 조명을 휴대전화로 원격 제어”

윤영호 기자

입력 2018-04-12 03:00 수정 2018-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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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LED조명 수출 컨소시엄’ 이끈 류재만 정호TLC 회장

서울 강남구 논현로 정호TLC 본사 지하에 마련된 제품 전시룸에서 조명제어시스템 구성도를 설명하고 있는 류재만 회장. 그는 “조명제어 분야에 무선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통신 강국’인 우리나라 강소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자랑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2010년대 들어 중국 업체들이 세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국내 LED 관련 7개 업체가 자발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본사에서 만난 조명제어 시스템 분야 강소기업 ‘정호TLC’의 류재만 회장(60)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최근 7개사 컨소시엄이 북미지역에 600만 달러(약 65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LED 관련 산학연 모임 LED산업포럼이 주관했지만 시작은 이 포럼 수석부위원장인 류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클라루스코리아(정호TLC의 수출 담당 계열사)의 조명제어 시스템과 LED 전등을 한꺼번에 구매하고 싶다”는 미국 바이어들의 요구에 류 회장이 LED 전등 생산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생각해낸 것.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보적인 조명제어 시스템으로는 화장실에 사람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전등이 켜지는 센서등을 들 수 있다. 정호TLC는 이를 뛰어넘어 건물의 수많은 조명에 디지털 신호를 보내고, 한곳에서 제어하는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 강남의 포스코센터빌딩, 전국 월드컵경기장 10곳 중 8곳,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평창 겨울올림픽 경기장 등이 정호의 조명제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근엔 지그비(ZigBee·저속, 저비용, 저전력의 무선망을 위한 기술) 무선 조명제어 솔루션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거대 건물도 무선으로 직접 제어가 가능하다. 휴대전화에 연결하면 조명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정호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미국 시장을 노크해 2015년 처음 20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고, 이후 2016년 80만 달러, 지난해 150만 달러로 규모를 키웠다. 올해 목표는 250만 달러. 정호TLC 계열 4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200억 원, 순이익은 10억 원 수준이다.

정호TLC는 1982년 직원 5명의 섬유기계 수입상 정호물산(현 정호텍스컴)에서 출발했다. 1984년 뛰어난 영어 실력 덕분에 이 회사로 스카우트된 류 회장은 창업자인 박종규 회장을 설득해 다음해 일본 파나소닉의 국내 에이전시로 조명제어 사업을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

류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지만 일본 제품을 수입 판매한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한편으론 ‘일본이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게 뭐 있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국산화작업에 뛰어들었고, 2006년 파나소닉의 특허권이 만료되자 독립했다. 조명제어 분야에서 무선이 대세가 된 현재 정호TLC의 기술력은 일본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회장은 1999년 설립자 박종규 회장에게서 기업을 물려받았다. 자식 승계가 일반화된 한국적 현실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회사 발전을 위해서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박 회장의 소신 때문이었다.

그 영향 때문일까. 류 회장도 회사 이익을 직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기업을 공개해 회사 성장에 기여한 직원들에게 보상해 줄 계획입니다. 아울러 조명제어 및 전력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절약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키워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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