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스님 “저승 이승 오가며 화엄경 해설서 81권 완간… 개정판 내야죠”

김갑식 전문기자

입력 2018-04-05 03:00 수정 2018-04-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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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스님 4년만에 대장정 마무리



책으로 펴낸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앞의 무비 스님. “볼 때마다 새로운 게 화엄경의 세계이자 매력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화엄의 세계를 쉽게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게 스님의 바람이다. 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마지막 권 나올 때 서문 작업을 병원에서 했다. 2월 병원에 열흘 머물면서 저승과 이승을 왔다 갔다 했다. (웃음) 흐뭇하고 뿌듯하다 그런 생각은 없고, 고칠 게 또 보여 개정판을 준비해야겠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경전 연구자인 강백(講伯)으로 꼽히는 무비 스님(75·전 교육원장)이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강설’(담앤북스) 81권을 완간했다. 화엄경으로 불리는 이 경전은 부처가 최초로 설법한 것으로 대승불교의 대표 경전이다. 경문 번역이 아니라 전체를 해설한 책을 완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화엄전에서 만난 무비 스님은 “감히 화엄경을 해설해 책으로 낸다는 시도가 과분한 일이었다. 후학들의 연구와 설법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이 화엄경과 인연을 맺은 건 탄허 스님의 경전 번역을 도운 19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간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스님의 화엄경 해설은 2014년 5권 출간을 시작으로 속도를 내 4년 만에 마무리됐다.

무비 스님은 이번 완간의 의미를 설명하며 화엄경 연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당나라 청량 스님의 말을 빌렸다. “청량 스님은 화엄경을 접한 뒤 ‘이 몸 바쳐 내가 죽을 곳을 얻었다’고 했다. 그 말대로 화엄경은 끝과 한계가 없는 그 자체이고, 팔만대장경이 다 들어 있다.”

무비 스님은 수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스님들 교육과 책 출간으로 포교에 힘써왔다. 몸이 불편해지자 타자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컴퓨터의 작은 칩 속에 세상이 들어있더라.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티끌 하나 속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 있다는 화엄의 세계관과 묘하게 통한다.”

스님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주선을 타고 세포 속으로 들어가고, 몇백 광년 떨어진 우주 속으로 여행한다”며 “그게 화엄세계의 한 표현이라는 걸 느끼면서 불교에 입문하기를 잘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무비 스님은 성철 스님과의 사연도 언급했다. “성철 스님은 서양 학문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헤엄쳤던 분이다. 물리 천문학은 물론 최면과 심령과학까지…. 해인사 백련암에 있는 서고를 구경했는데 세계문학전집도 두 질이나 있더라. 어릴 때 그 법문 들으면서 다른 세계에 대한 벽이 깨진 것 같다.”

스님의 서고는 어디 있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이 속에 화엄경이 있고, 대장경이 모두 들어있다”며 웃었다.

무비 스님은 출가자들의 공부와 수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불자라 하면 승속(僧俗)이 있는데 그중 ‘프로’는 스님들 아닌가. 프로인 스님들이 중심에 바로 서야 불교가 바로 선다. ‘중 되면 시간부자’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몸에 푹 젖도록 잘 공부하고 따라야 한다.”

이날 오후 열린 봉정법회에서는 비가 내리는 중에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신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무비 스님은 전집 1000질을 종단에 기증했다.

설정 스님은 인사말에서 “무비 스님은 불같은 열정과 냉정한 지혜를 갖춘 수행자이자 현자”라며 “화엄 사상이 세상에 가득하다면 이 나라 모든 갈등 시비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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