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깊은 상처 위에 핀 평화의 외침

정양환 기자

입력 2018-04-03 03:00 수정 2018-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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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저녁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에서)

4월이면 대지를 뒤덮는 유채꽃. 섬은 그 잔향만큼 진한 아픔을 머금었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건만. 붓 칠한 역사의 캔버스는 갈수록 또렷하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올해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를 개최했다. 1948년의 상처를 다시금 조명하고, 동시대에 필요한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실존적 자취에 주목했다. 4·3사건이 벌어졌던 제주는 물론이고 광주와 중국 난징, 일본 오키나와 등 집단 학살의 범죄가 벌어졌던 현장은 모두 해당된다. 중일전쟁 당시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고발한 재중작가 권오송의 수묵화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 전투에 희생된 평범한 현지 주민의 참상을 담은 일본 작가 야마시로 지카코의 작품 등을 선보인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제주 출신 강요배 작가의 ‘불인’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을 담은 이 작품은 아무런 말이 없는 풍경화로도 쓰라린 역사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해외 입양됐다는 제인 진 카이젠 작가의 영상작품 ‘Remains’도 챙겨 볼만하다. 특별전은 모두 226점을 전시한다.

제주까지 찾기 힘든 이들도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있다.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등 6곳에서 도립미술관과 연계해 프로젝트 전시 ‘잠들지 않는 남도’를 지난달 31일부터 선보였다. 4·3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공간 41 △대안공간 루프 △성북예술창작터 △성북예술가압장 △d/p(이산낙원)이 참여했다.

김준기 관장은 “4·3의 상처를 평화라는 인류사적인 보편 가치로 재해석한 전시”라며 “학살의 아픔을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시킬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제주 전시는 6월 24일까지. 서울 전시는 29일까지. 064-710-43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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