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대사 너무 많고 어려워깵 각자 벽 보고 외우죠”

김정은 기자

입력 2018-03-27 03:00 수정 2018-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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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신작 ‘킬롤로지’ 내달 26일 국내 초연
주인공 이석준-이주승


대학로 연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연극열전’이 일곱 번째 시즌 첫 작품으로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게리 오언의 최신작 ‘킬롤로지(Killology)’를 선택했다.

4월 26일 국내 초연되는 킬롤로지는 3명의 배우가 독백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독특한 구조다. 온라인 인간 살상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처참하게 살해당한 데이비, 아들이 살해된 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 알란,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폴. 이들은 1인극 같은 3인극을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알란 역을 맡은 배우 이석준(46)과 데이비 역의 이주승(29)을 22일 만났다. 연습실에서는 배우들이 각자 벽을 보고 연습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석준은 “3명의 배우 모두 독백으로 대사를 이어가는 데다 외워야 할 대사량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각자 벽 보고 대사를 외우는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이주승은 “1인극 형식의 독백 연극은 처음이라 막막하다”면서도 “공연이 끝날 즈음엔 배우로서 한 뼘 성장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극 무대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큰 두 사람이지만 킬롤로지는 “배우로서 시험에 들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형식이 진짜 독특해요. 상대 배우와 내 이야기 간의 간극이 없어요. 처음 대본을 받고 두 페이지만 여섯 번 읽었어요. 고서적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배우로서 최대의 위기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야기 구조가 이해되며 확 빨려들어 가더라고요. 막판에 알란의 독백 역시 ‘아, 얘가 이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깨닫게 만들죠.”(이석준)

“저도 대본을 읽는 데 하루가 넘게 걸렸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어려웠죠.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의미 있는 실패란 생각이 들었고, 도전하기로 했어요.”(이주승)

배우 추상미의 남편인 이석준은 ‘프로즌’ ‘카포네 트롤로지’ 등 최근 몇 년간 주연으로 열연한 연극마다 인기를 끌었다. “왜 나한테 계속 좋은 기회가 오는가.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죠. 또래 배우 중에 이른바 ‘뜬 사람’들은 TV나 영화계로 진출했어요. 대학로에 남은 게 저밖에 없더라고요. 운이 좋았죠.”(이석준)

장난과 겸손 사이에서 말을 이어가던 그는 “최근 들어 대학로에서 극장 파괴 형식의 연극이 유행하면서 캐릭터가 강한 배우보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른 배우가 유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승은 연극보다는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류준열, 변요한과 함께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소셜포비아’, KBS 예능드라마 ‘프로듀사’,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등이 대표작이다. 연극은 ‘낮잠’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배우 예술에 최대한 가까운 장르가 연극이라고 생각하기에 연극 무대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4월 26일∼7월 22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4만∼5만5000원. 02-766-600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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