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노동개혁-총리 3연임 ‘삐끗’ 가짜 데이터에… 日 재량노동제 철회

서영아 특파원

입력 2018-03-02 03:00 수정 2018-03-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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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시간 대신 이미 정해진 임금 지급
아베 “재량노동자 근무시간 적다” 주장
근거로 삼은 수치 400개 오류 드러나


일본에서도 근무시간 관련한 제도 개혁 논란이 뜨겁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노동개혁)’ 관련 법안 8가지 중 핵심인 ‘재량노동제도’ 입법을 의욕적으로 밀어붙였으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중단했다. 아베 총리는 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나와 “(재량노동제도와 관련한) 의혹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 정확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재량노동제는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노사합의로 미리 정해놓은 시간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노동자에게 주는 제도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뒤로 물러선 것은 재량노동제도 입법의 근거가 된 후생성 조사 데이터가 잘못됐다는 점이 연일 드러나면서 정권이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1월 29일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데이터라며 “재량노동제도하의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일반 노동자보다 짧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확한 데이터 비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달 14일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일본 언론은 사과 이후에도 이 후생성 데이터가 정부 방침에 유리하게 잘못 작성됐다는 점을 거의 매일같이 폭로했다. 하루 잔업 시간이 47시간으로 표기되거나, 며칠간 잔업시간이 계속 0시간이었는데 1주일 통계는 10여 시간으로 표시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오류가 자주 발견됐다. 이 같은 사례는 2월 말 현재 400건 이상이다.

아베 정권은 ‘일하는 방식 개혁’의 일환으로 재량노동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가 수당을 받지 못한 채 초과근무를 하는 ‘공짜 근무’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가 이번 국회에 제출한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법안’ 8종에는 규제 강화안과 완화안이 묶여 들어가 있었다. 연간 잔업시간의 상한을 두고 어길 경우 법적인 제재를 받도록 하는 ‘초과근무 상한 규제’를 두는 한편으로, 재량노동제 확대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재계의 숨통을 터주려 했던 것이다. 규제완화의 핵심을 빼고 규제강화만 남긴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은 앞으로도 논란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재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논란 끝에 재량노동제도의 추진을 중단한 것이 정권에 큰 타격을 주고 자칫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에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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