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피아… 政피아… 낙하산 부대가 몰려온다

강유현 기자

입력 2018-02-28 03:00 수정 2018-0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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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인사철 맞아 논란 재연

지체됐던 금융공기업 인사가 최근 속도를 내는 가운데 관료 출신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등의 친정부 인사들이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등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공공기관 ‘2인자’로 꼽히는 감사 자리는 올 들어 3곳이 정부 측 인사들로 채워졌다. 금융권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권+마피아)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관피아 낙하산 관행 재개 우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차기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최영록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박철용 전 신보 감사 등 후보자 4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뒤 4명을 금융위원회에 추천했다. 이 중 금융위원장이 최종 후보 1명을 제청해 이르면 3월 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신보는 지난달 황록 이사장이 3년의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돌연 사퇴를 표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이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최 전 실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논란이 커졌다. 최 전 실장은 면접 하루 전인 26일 기재부에서 퇴직했다.

그동안 신보 이사장은 대부분 기재부 출신이 맡아 왔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 이후 관피아 낙하산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민간 출신인 황록 이사장과 직전의 서근우 전 이사장 등이 수장에 올랐다. 그러다 이번 정부 들어 관피아 낙하산이 재개되려는 모습이다.

26일에는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전남-기재부 출신 인사가 잇달아 감사로 취임했다. 서철환 산은 감사는 기획재정부 국장을 지냈으며 임종성 기업은행 감사는 기재부, 조달청, 헌법재판소 등을 거쳤다. 산은은 지난해 4월, 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직전 감사의 임기가 끝난 뒤 한참 만에 자리가 채워졌다.


○ 정권 초기 정피아 낙하산 잇따라

정피아 낙하산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실장을 지냈고 부산에서 두 차례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달 비상임이사에 민주당 인사인 손봉상 남경이엔지 상무, 조민주 변호사를 선임했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의 김정훈 전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보는 최상현 전 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을 비상임이사로, 한국수출입은행은 대통령실 경호처 출신인 조용순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앞으로 금융공기업 인사가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 같은 낙하산 인사가 더욱 활개를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예보와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의 감사 임기가 끝나 새로 뽑아야 한다. 김기석 신보 감사의 임기도 4월 10일 끝난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임기는 5월 26일까지다.

금융위 자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장 선임 과정에 투명성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간 금융회사들이 채용 비리 문제로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도 금융공기업의 낙하산과 논공행상식 인사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정부가 금융 발전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 보니 금융공공기관의 역할도 함께 약화되고 있다”며 “결국 ‘아무나 보내도 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낙하산 인사 관행이 더욱 굳어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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