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성폭행 시도’ 미투 폭로에…“곧 잠잠해져” 해당 성당, 신자들에 문자 논란

김갑식 전문기자

입력 2018-02-26 16:02 수정 2018-02-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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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시도가 폭로된 한 모 신부 사건과 관련해 천주교수원교구가 교구장 명의의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정직은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한 모 신부가 주임 신부로 있는 해당 성당 신자들에게는 “사흘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잠잠해진다”는 문자가 보내진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도 일고 있다.

25일 미사가 있는 일요일임에도 수원의 이 성당은 “본당 사정으로 2월 25일부터 3월 2일까지 미사가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여놓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KBS에 따르면 신자들이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3일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사라져 잠잠해진다니 따라주셨으면 한다”며 “언론의 왜곡 및 증폭 보도를 막기 위한 결정이다. 언론에서는 어떻게든 영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려 혈안이 되어있고 어느 한 방송사에서만이라도 영상이나 인터뷰를 따 가면 확대, 왜곡, 증폭 보도가 가능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 신부가 활동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25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한 모 신부가 7년 전 남수단에서 행한 비참한 일에 대해 깊이 참회한다”며 “인간의 영혼을 어둡고 슬프게 만든 그의 폭력은 저희 사제단이 함께 매 맞고 벌 받을 일임을 인정하고, 기나긴 세월 남모르는 고통을 겪으신 피해여성께 삼가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어 “한 모 신부는 엄연히 사제단의 일원이며 형제이기에 그의 죄는 고스란히 우리의 죄”라며 “소식을 접하던 당시 정확한 사실과 피해자의 심정을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 신부는 사제단을 자진탈퇴한 상태다.

26일 종교계 등에 따르면 한 신부는 쌍용차 사태와 세월호 참사 등 주요 사회 이슈마다 정의와 양심을 내세우며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한 신부는 지난해 12월에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들을 성탄절 특사로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다음달 5일 열리는 천주교주교회의 봄철 총회에서 한 신부 사건과 성직자의 자정을 위한 입장 표명이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교구들의 협의기구인 주교회의는 봄과 가을에 교구장 주교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수원교구는 정직이 내려진 한 모 신부에 대한 면직(免職·사제직 박탈) 등 추가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사제에 대한 인사와 징계 등은 해당 교구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교구장의 권한이다.

주교회의의 한 관계자는 “한 신부에 대한 조치는 수원교구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서 성추문에 관한 입장과 대책도 나오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한편 개신교계의 교회개혁실천연대는 다음달 2일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연다. 7월 ‘기독교 반(反)성폭력센터’ 개소를 앞두고 준비한 행사다. 온라인으로 사례 접수를 받고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미투 바람을 타고 제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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