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돌아온 삼성, 숙제 풀기 어떻게

김지현 기자

입력 2018-02-23 03:00 수정 2018-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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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석방후 행보 촉각
공정위, 순환출자 새 예규안 확정땐 삼성SDI, 삼성물산 지분 매각해야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3% 제한시 삼성생명 보유 전자 지분 처분 과제
삼성重 유상증자때 사재출연도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 이후 삼성이 그동안 미뤄온 ‘경영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재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삼성은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요구해 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 등에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 복귀에 맞춰 쌓인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동안 미뤄뒀던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언제 어떻게 재개할지에 기업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대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개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수 사례를 모아 발표했다. 발표 내용 중엔 5대 그룹 중 현대차 SK LG 롯데가 포함됐다. 삼성만 빠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월 주주총회에서 대기업들의 자발적 개선안 성과를 확인한 뒤 하반기 입법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들의 자발적 개편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겨냥해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도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정부에서 공정위가 삼성에 유리하게 법을 집행했다고 보고 이를 변경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전원회의 의결을 남겨 둔 공정위 예규안이 확정되면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전량(2.11%)을 매각해야 한다. 약 7200억 원어치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에 지분을 섣불리 시장에 내놓긴 어렵다. 다른 계열사가 이를 매입하면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 역시 불가능하다. 공정위가 공익재단 실태 조사도 병행하고 있어 이전처럼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지분을 사들이거나 이 부회장 개인이 이를 확보해 삼성물산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변경 가이드라인 이행에 따른 혼란을 막겠다며 삼성 측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다.

금융당국이 하반기(7∼12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금융계열사 통합감독’ 제도도 사실상 삼성을 타깃으로 한 제도라는 관측이 많다. 그룹 계열사 간 출자를 자본 적정성 평가 때 배제하겠다는 게 제도의 골자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모두 적격자본에서 배제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여당은 금산분리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상당 부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8.19%로, 시장가격으로는 22일 종가 기준 24조8361억 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이 4월 추진하는 1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 부회장이 참여할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땐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최대 30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유상증자를 성공으로 이끈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연착륙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선 삼성전자 액면 분할 외에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사회에선 첫 여성 사외이사를 비롯해 한국계 미국인 최고경영자(CEO) 출신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그동안 미뤄뒀던 투자 및 M&A 건도 다시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이익금 용처를 찾는 것도 과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국회 청문회에서 “가족들과 상의해 용처를 찾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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