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게놈 해독 기기, 한 번에 DNA ‘쭉쭉’ 읽는다

동아일보

입력 2018-02-09 03:00 수정 2018-0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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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포어 기술로 염기량 크게 늘려… DNA 해독 길이 1만 쌍→10만 쌍

나노포어 테크놀로지 제공
손바닥만 한 기기로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는 기술이 큰 진전을 이뤄냈다. 한 번에 읽어낼 수 있는 염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매슈 루스 영국 노팅엄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나노포어’ 유전자 해독 기술로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DNA 길이를 기존 1만 쌍 수준에서 10만 쌍 수준으로 늘렸다고 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지난달 29일자에 발표했다.

나노포어 기술은 최근 연구가 활발한 유전체 해독 기술 중 하나다. 유전체를 해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DNA를 100∼150쌍 정도 단위로 조각내서 읽은 뒤 다시 이어 본래 염기 서열을 확인하는 쇼트 리드(short read) 방식이다. 유전체 해독 기술 기업 일루미나가 ‘노바식 6000’ 같은 기기를 내세워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쇼트 리드 방식은 중복 서열을 제대로 판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인간의 DNA는 30억 쌍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유전자는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아직 기능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염기 서열이다. 이 염기 쌍 중 일부는 같은 염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반복 서열을 보이기도 한다. 쇼트 리드 방식은 염기쌍을 짧게 자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중복 서열 염기를 같은 염기로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염기 서열은 AGAGAGAG인데 쇼트 리드로 해석하면 AGAG가 두 번 반복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AGAG로 잘못 인식할 수도 있다.

나노포어 유전체 해독 기술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롱리드(long read) 방식이다. 미생물의 막단백질에 있는 나노미터 크기 구멍에 DNA를 통과시키면서 전기 신호 변화를 읽어 염기 서열을 읽는다. 30억 쌍에 이르는 DNA 가닥을 순서대로 통과시키기만 하면 전체 서열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로 그동안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길이는 1만 쌍 정도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아랑 미국 국립보건원 인간게놈연구소 연구원은 “전기 신호를 더 정교하게 읽어내 10만 쌍 단위의 염기 가닥을 읽을 수도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로 수십만 쌍 단위의 해독이 가능하며 연구팀은 한 번에 최대 88만 쌍을 읽어 내는 데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나노포어 기술은 초소형 유전체 해독 기기를 만드는 데에도 유용하다. 해독기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정도 크기에 불과해 연구자들이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쉽게 유전체를 해독할 수 있다. 2016년 지카바이러스 사태 때는 브라질에서 역학조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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