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강남 집값, 수급논리 무시하면 절대 못 잡아”

동아경제

입력 2018-02-08 13:50 수정 2018-02-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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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지위양도금지 등 재건축 규제가 강남 매물 희소가치 높여
-원활한 재건축 진행으로 수요 충족 시켜야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해 12월 말만 해도 최고 13억900만 원에 실거래가가 신고됐었지만 현재 18억 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다. 1달 사이 무려 5억원 오른 것이다.

강남 아파트값은 올 들어 마침내 3.3㎡당 평균 5000만 원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5149만 원으로 전달(4944만 원)보다 205만 원 올랐다. 강남 집값은 지난해 8.2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9월에 잠시 주춤했을 뿐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 원씩 뛰던 집값 상승세가 재현되는 듯하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은 왜 이렇게 꺾일 줄 모르고 오히려 더 오를까? 부동산 불패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세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보다는 수요억제책만 고집했다. 대출을 막고, 조합원 지위양도를 금지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하는 등 거래 자체가 힘들도록 막았다.

혹자는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를 ‘수급’이라고 본다. 수급 논리를 무시하고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킨다는 것은 된장 없이 된장찌개를 만들겠다는 의지밖에 안된다. 서울 강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어 왔다가 최근 2~3년간 재건축 사업 탄력을 받으면서 이제서야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강남은 학군, 교통, 업무 등 고급인프라를 찾아 기본적으로 대기수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곳이다.

최근 정부가 올해부터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서울 강북 등으로 분산됐던 양질의 교육에 대한 수요가 소위 ‘강남 8학군’으로 다시 쏠리고 있다. 한마디로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데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공급도 모자라는 판에 부동산 규제는 강남의 매물 희소성까지 높였다. 8.2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예외 특례조항에 해당되는 경우 이외에는 아예 거래가 안되게 해놓으면서 매물의 희소성이 부각됐다. 그런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등으로 똘똘한 한채 전략으로 바꾸면서 강남으로 수요가 몰리니 한 두건의 매물이 나오면 가격이 높게 책정이 되어 나올 수밖에 없고, 시세는 껑충 뛰어오르는 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용수철 효과를 낸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가 희소성으로 급등을 하더니 이제 분양권 웃돈이 난리다. 올 1월부터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50%로 높아지면서 1월 서울 분양권 거래는 반토막이 났다. 근데 강남 집값 급등하면서 분양권 소유자들이 기대감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분양권 웃돈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 집값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매물 부족으로 집값이 오히려 뛰는 지금 같은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부동산 정책을 무려 6차례나 내놨다. 사실 올해에는 입주물량 증가,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 많은 리스크가 있어 시장이 자율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지나친 관심이 강남 매물 희소가치를 더 부여했고, 강남을 집중화시키는 꼴이 되어버렸다.

강남에서 나올 수 있는 공급은 재건축이 유일하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재건축 가능연한 40년 연장 등은 결과적으로 강남 공급부족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반복을 낳는다. 오히려 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해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물론 강남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시에는 일시적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염려해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이다. 풍부한 강남 대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이 받춰 주는 것이 요즘처럼 강남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강남에 집중되어 있는 고급 인프라 격차를 줄이는 방법도 필요하다. 지금의 명품 강남은 70년대 강북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강남이 개발이 되었고, 수요 유인책으로 나왔던 것이 명문 학군 이전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초 강남 대체신도시로 개발이 됐던 판교신도시는 강남의 수요를 이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단순히 투기를 잡기 위한 수요 억제책은 일시적 반짝 효과만 줄 뿐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원리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면, 불안정한 강남 집값 폭등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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