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우전자 매각협상 깨져 ‘원점’

김재희기자

입력 2018-02-08 03:00 수정 2018-0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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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대금 등 최종 조율 실패… 이란 엔텍합 우선협상자 지위 잃어
인수 나선 국내외 기업들과 재협상
매각 지연… 최악의 경우 표류 우려


한국 3위 가전업체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추진했던 이란 최대 가전업체 엔텍합 컨소시엄 측이 우선협상권 지위를 상실했다. 이에 따라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엔텍합 컨소시엄을 포함한 다수 업체와 협상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회사 매각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엔텍합의 국내 사업 대리인인 ‘사일’, 국내 사모펀드(PEF) ‘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엔텍합 컨소시엄)이 동부대우전자 재무적투자자(FI) 측과 벌여온 최종 협상이 결렬돼 엔텍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권 지위를 상실했다. 엔텍합 컨소시엄은 KTB프라이빗에쿼티(PE), 유진자산운용, SBI인베스트먼트 등 동부대우전자 FI들과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양측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데 성공할 경우 중동 기업이 한국 대기업을 인수하는 첫 사례여서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매각 대금 및 기타 세부계약에 대한 최종 협상이 결렬돼 우선협상권 지위를 엔텍합 컨소시엄이 상실하게 됐다”며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대유위니아, 베스텔 등 기존에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업체를 포함한 다수 업체와도 재협상을 하는 원점의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에선 대유위니아, 터키 가전업체 베스텔, 중국 메이디, 엔텍합 등 국내외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다. 막판에 엔텍합과 베스텔 컨소시엄이 경합했고 최종적으로 엔텍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엔텍합 컨소시엄은 매각의 주요 변수였던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 운영 등 직원들의 고용 승계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텍합 컨소시엄은 동부대우전자의 FI들과 동부그룹 측이 보유한 지분 100%를 900억 원에 우선 인수한 뒤 나머지 잔금 최대 1000억 원은 유상증자를 실시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FI들의 희망 매각가는 2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1600억∼1800억 원대였다.

이로써 동부대우전자의 인수 주체가 누가 될지는 다시 미지수에 놓였다. 엔텍합 컨소시엄이 이 세 업체를 비롯해 여러 대상자와 매각을 위한 협상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인수전이 길어지거나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텍합도 협상에서 아예 손을 떼진 않겠지만 우선협상자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재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동부대우전자는 2013년 동부그룹이 동부대우전자를 함께 인수한 FI들과 맺은 주주 간 계약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엔텍합은 2010년 동부대우전자의 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어 당시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잔금 납부를 하지 못해 최종 단계에서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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