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삶의 의욕 잃은 中청년들, 청개구리에 빠졌다

윤완준 특파원

입력 2018-01-31 03:00 수정 2018-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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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 ‘여행개구리’ 폭발적 인기

“아들아 어디 갔니?”

“아들 빨리 돌아와라.”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올라오는 이 말들은 부모가 자녀를 찾는 얘기가 아니다. 중국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 ‘여행개구리’의 주인공 청개구리를 찾는 이용자들이 올린 글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이 게임은 중국 내 앱스토어의 스마트폰 게임 순위 1위를 달리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은 단순하다 못해 무료하다. 청개구리는 책을 보는 등 시간을 보내다 여행을 떠나고 이용자에게 엽서를 보낼 때도 있다. 이용자는 청개구리를 지켜보며 사소한 일을 도와줄 수 있지만 명령하지는 못한다.

중국 언론은 사회생활의 스트레스에 지친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 중심의 젊은이들이 매사에 의욕을 잃은 채 달관한 듯한 태도를 가리키는 유행어인 ‘포시(佛系)’가 ‘여행개구리’ 열풍에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결혼 의사도, 출산 의욕도 사라진 젊은이들의 ‘저의욕 현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아이를 낳을 엄두는 못 내지만 청개구리를 통해 부모의 기쁨은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다.

상하이(上海)의 젊은 여성 변호사 쉬(徐)모 씨는 중국 메이르징지(每日經濟)신문에 “직장에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변호사가 출산 1주일 전까지 일하다 회의 중 출산했고 출산 뒤 다시 회의에 참석했다”며 “이 일을 본 많은 이들이 아이를 가져야 할지 의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베이징(北京)의 류(劉)모 씨는 “친구가 자녀 교육을 위해 집을 팔고 유명 학교 인근에 반지하방을 얻었다”며 “출산 양육은 스트레스만 주고 생활수준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SNS에선 “아이를 낳은 뒤 가난해졌다” “자신도 보살피지 못하는데 아이는 말할 것도 없다” 같은 탄식조의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 저출산 고령화, 노동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달 지난해 출생자 수와 출생률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출생자 수는 1723만 명으로 2016년에 비해 63만 명이 줄었다. 1000명당 출생자 수도 12.43명으로 2016년 12.95명보다 크게 감소했다.

2016년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시행하면서 출생자 수와 출생률이 깜짝 상승하자 중국 정부가 베이비붐까지 거론했지만 1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가가 두 자녀 갖기를 허용해도 결혼을 거부하거나 출산 의사가 없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자녀 2가구 정책의 실패를 점치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출생자 중 둘째의 비율이 높아 2자녀 정책이 효과를 봤다고 해석했지만 인구경제학자들은 지난해 출생자 수가 그간 가장 낮게 예측했던 수치보다 200만 명이 더 적다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인구학자 량젠장(梁建章)은 “올해부터 출생인구가 붕괴 상태에 진입할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30만 명에서 80만 명씩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통계학자 황원정(黃文政)은 “전면적인 출산장려 정책에도 (현재 14억 명에 가까운) 중국 인구가 21세기 말에는 8억 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중국 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가 이달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력 핵심인 18∼44세 인구가 지난해 5억4800만 명에서 5년 뒤인 2022년에는 5억1800만 명으로 3000만 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령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통계국의 이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이 17.4%, 65세 이상이 11.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50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32%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사람 3명 중 1명은 노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후 40년간 중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엄청난 인구에 힘입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인구경제 전문가들은 “무자녀, 노령화, 인구 감소의 3요소가 복합 작용하면 중국 경제에 상당히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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