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삼국지

유원모 기자

입력 2018-01-25 03:00 수정 2018-01-25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6일부터 열리는 특별전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일본·중국’에 출품된 작품들. 왼쪽 사진부터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와 17세기 일본 에도 시대에 그린 호랑이 병풍, 중국 국가박물관이 소장한 화가 한메이린(韓美林)의 ‘호랑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민족은 곰과 호랑이,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에서 시작됐다.”

일연(1206∼1289)의 삼국유사에서는 호랑이를 한민족의 뿌리 중 하나라고 서술한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으로 이뤄진 우리나라에는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랑이의 나라’로 불릴 정도였다. 그만큼 호랑이를 표현한 미술 작품도 많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고대 중국에선 상대(商代·기원전 1600년∼기원전 1046년) 청동기 시대부터 호랑이 무늬가 등장할 정도로 호랑이 숭배 문화가 널리 형성됐다.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아스카(飛鳥·592∼710년) 시대 때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호랑이를 그린 불교 그림이 전해지면서 이후 호랑이를 신성시한 작품이 유행했다.

이처럼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오랜 시간 수호와 길상의 상징이었던 호랑이를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과 함께 한국, 중국, 일본에서 호랑이를 다룬 미술 공예 조각 작품 145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일본·중국’을 26일부터 3월 1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의 주인공인 호랑이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여는 호랑이 전시이자 한중일 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세 번째 특별전이다.

전시에는 진귀한 호랑이 작품이 가득하다.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죽하맹호도(竹下猛虎圖)’ 작품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맹호도(猛虎圖)’ 3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또 현존하는 조선시대 호랑이 그림 중 가장 큰 작품인 ‘용호도(龍虎圖)’가 비슷한 크기의 용 그림과 함께 공개된다. 이 그림은 한 변의 길이가 약 2.2m로, 조선시대 관청의 문이나 대청에 붙인 세화(歲畵·새해를 축하하는 그림)로 추정된다.

일본 작품은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소가 조쿠안(曾我直庵)과 18세기 화가인 가노 미치노부(狩野典信)의 ‘용호도(龍虎圖)’ 병풍이 출품됐다. 중국은 자기로 만든 호랑이 모양 베개와 3000년 전에 제작된 호랑이 장식 꺾창을 볼 수 있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된다. 1∼3부는 ‘한민족의 신화’, ‘무용(武勇)과 불법(佛法)의 수호자’, ‘벽사의 신수(神獸)’라는 주제로 한국, 일본, 중국의 호랑이 미술을 각각 소개한다. 4부는 동아시아 3국의 호랑이 미술 중 걸작들로 꾸몄다. 5부에서는 근현대 호랑이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