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의 파리테러 추모작품, 프랑스 예술계 “거절한다”

손택균기자

입력 2018-01-23 18:34 수정 2018-01-2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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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일간지 통해 “설치 반대” 성명

미국 팝 아트 작가 제프 쿤스가 “2015년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의 추념을 위해 기증하겠다”고 밝힌 설치작품 ‘튤립 꽃다발’ 콘셉트 이미지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동아일보 DB
미국을 대표하는 팝 아트 작가 제프 쿤스(62)가 기증 작품에 대한 거절 운동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2015년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그가 선물하기로 한 조형물에 대해 프랑스 유명 예술인들이 “설치 반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 시간) “프랑스의 예술계 관계자 20여 명이 일간 리베라시옹을 통해 성명을 내고 ‘파리시는 쿤스의 조형물 설치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성명에는 2016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인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프레데릭 미테랑 전 문화부장관 등이 참여했다.

쿤스는 2016년 11월 파리 테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념하기 위해 높이 12m, 너비 8m의 ‘튤립 꽃다발’ 조형물을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쿤스는 막대풍선을 꼬아 만든 강아지 장난감 형태의 설치작품 등으로 유명한 작가다. 이번에 기증하기로 한 작품은 튤립 모양의 알록달록한 풍선 다발을 횃불 대신 든 자유의 여신상 손을 형상화했다. 퐁피두센터(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와 팔레 드 도쿄 현대미술관 사이에 설치될 계획이다.

설치 반대 성명을 낸 예술인들은 “쿤스가 1980년대부터 현대 시각미술을 대표하는 천재적인 작가로 활동해온 건 틀림없지만, 테러로 희생된 파리 시민을 기리는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은 응당 프랑스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테러 발생 지점과 멀리 떨어진 에펠탑 강 건너편 관광 명소에 추모 작품이 설치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쿤스는 “이 작품은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돌이키는 기념물일 뿐 아니라 긍정적 세계관의 상징물로 파리 시민들이 슬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쿤스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기증한 것이며 제작비 430만 달러(약 46억 원)는 펀드를 통한 모금으로 마련됐다. 독일에서 제작해 현재 거의 완성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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