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조선인 136명 희생… ‘조세이 탄광’ 진실 밝혀라”

김갑식 전문기자

입력 2018-01-19 03:00 수정 2018-0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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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파 관음종 총무원장 20일 위령재

1933년 조세이 탄광 현장 모습. 해저에 10여 km의 갱도가 거미줄같이 뻗어 있었다. 1942년 해저 갱도가 무너져 조선인 징용자 등 183명이 희생됐다. 동아일보DB
“몇 년 사이에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책임 있는 일본 정부가 나서 본격적으로 참사의 실상을 밝히고,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최근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사진)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니시키와(西岐波) 바닷가에 있는 조세이(長生) 탄광 희생자에 대한 양국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탄광은 1942년 2월 3일 높은 수압으로 해저 갱도가 무너져 인부 183명을 그대로 삼켰다. 이곳은 법으로 채탄이 금지됐고 여러 차례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자원 확보가 절실하자 무리하게 조업하다 사고가 났다. 희생자 183명 중 136명은 강제징용 조선인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줄곧 숨겨져 오다가, 1976년 우베여고 역사교사였던 야마구치 다케노부(山口武信) 씨의 수몰사고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991년 결성된 ‘장생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 500여 m 떨어진 곳에 일본 정부의 도움 없이 추모광장을 마련했고, 2013년에는 추모비도 건립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201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제18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 조세이 탄광과 관련한 참상을 전해 듣고, 이듬해 1월 30일 현장을 찾아 천도재를 봉행했다. 특히 관음종은 2015년 창종 50주년을 맞아 일본에 산재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희생자 유골 환국 사업을 벌여왔고, 그 일환으로 이 행사를 주관해 왔다.

관음종은 20일 오후 1시 우베시 추모광장에서 추모식과 위령재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양국 유족과 일본 불교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홍파 스님은 “희생된 조선인과 일본인 183명의 유골이 하루빨리 발굴돼 유족 품에 안기기를 바란다”며 “이들이 영면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한다. 아픈 역사의 청산을 통해 새로운 한일관계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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