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낭인’이 차린 스타트업, 평창 모바일식권 사업 맡는다
조동주 기자
입력 2018-01-18 17:08 수정 2018-01-18 17:12
문재인 대통령과 조정호 대표의 ‘청와대 셀카’
조정호 씨(32)는 2011년 1월 서울 신림동 고시촌을 등지고 나왔다. 대학 생활 3년을 꼬박 신림동에 틀어박혀 사법고시에 도전했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였다. 법대생이니 당연히 사시를 봐야한다는 생각이었다. 매일 법전을 들여다봤지만 갈수록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커졌다. 신림동을 박차고 나와 사업 구상을 시작한 지 3년 후인 2014년 1월. 그는 스타트업 ‘벤디스’를 창업했다. 기업과 식당을 연계해주는 모바일 식권을 개발하는 회사다.‘고시 낭인’이었던 조 씨가 세운 벤디스는 창업 4년 만에 2018평창겨울올림픽에 최초로 도입되는 모바일 식권 사업을 맡았다. 대회기간 내내 전국의 숙소 35곳에 머무는 자원봉사자 1만8000여 명에게 모바일 식권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다. 무려 65만 끼 식사에 해당되고 금액으로는 45억 원가량이다. 조 씨를 포함해 임직원 32명 모두 2030인 젊은 스타트업 회사가 제대로 일을 낸 것이다.
모바일 식권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을 공고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선수단은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하지만 자원봉사자는 다르다. 기존 올림픽에선 종이 식권이나 현금을 자원봉사자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중간에 그만두면 체계적 관리가 어려운 문제 등이 있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ICT(정보통신기술) 올림픽’에 맞게 투명하고 효율적인 식사 관리를 하자는 취지로 모바일 식권을 도입했다.
조 씨는 최근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숙소 35곳에 모바일식권용 단말기 등을 한창 설치하던 중 깜짝 놀랄 연락을 받았다. 청와대가 16일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청년 창업가를 초청하는 만찬 간담회에 벤디스가 ‘재기 기업’ 자격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조 씨가 대학생 때 신림동을 떠돌며 숱한 실패를 딛고 청년창업가로 일어선 경력이 눈길을 끈 것이다. 그는 청와대 간담회에서 ‘열심히 뛰라’는 의미로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
조 씨가 직원 2명과 시작한 벤디스의 모바일 식권인 ‘식권대장’ 서비스는 창업 직후 거래가 전무해 실적이 ‘0’원일 때도 있었다. 직원들 월급 주기조차 어려울 때도 있었다. 모바일 식권의 가능성을 알아본 네이버와 산업은행, 우아한형제들 등이 고비 때마다 투자하면서 성장 동력을 이어갔다. 조 씨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년 전 처음 창업했을 때 모바일 식권이란 개념조차 생소해 식당과 기업으로부터 문전박대 당했던 걸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벤디스는 4년 만에 월 거래금액 28억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전국 150개사 직원 3만5000여 명이 먹은 밥값 240억 원이 벤디스를 거쳐 갔다. 창업 당시 3명이었던 회사 구성원은 32명으로 늘어났다. 모든 직원이 2030이다. 대부분 다른 직장을 다니다 스타트업을 성장시켜보자는 일념으로 뭉쳤다. 조 씨는 “작은 스타트업 회사이지만 국가적 행사인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작게나마 일조 하겠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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