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성규]‘화기애애’로 끝난 중기인 靑만찬
김성규기자
입력 2018-01-18 03:00 수정 2018-01-18 03:00
김성규·산업1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16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 참석자들에게 전화로 분위기를 묻자 그만그만한 답이 돌아왔다. 각 업계 대표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털어놓은 사례도 있었지만, 대체로 덕담과 격려가 오가는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말이다. 한 참석자는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최저임금 얘기가 생각보다 적게 나와 의외였다”고 전했다.
대화 분위기가 좋아서 나쁠 건 없다. 몇몇 참석자는 “대통령이 열심히 메모까지 하며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고마웠다”고 했다. 다만 모처럼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이 특히 민감한 최저임금제 등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덕담 나누자고 연초에 바쁜 시간 쪼개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한 참석자는 “하고 싶은 말이야 많았지만 도저히 정책 비판이나 제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참석자의 용기 탓도 할 수 있겠지만 행여나 할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날 행사 분위기는 경제단체에서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히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초청 명단에 빠진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어쩌면 예견돼 있었다. 청와대는 “최 회장은 신년회 때 오기도 했고, 관련 단체가 많아 다 초청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제인은 많지 않다.
듣기 거북해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더 자주 만나야 정책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된 진리다. 많은 정부와 기업에서 회의 때 한 명은 반드시 반대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제도를 운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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