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 2500층까지 가즈아∼…가상화폐 신조어 속 ‘웃픈 모습들’
스포츠동아
입력 2018-01-17 05:45 수정 2018-01-17 05:45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확천금의 기대 ‘가즈아’ ‘존버’ ‘구조대’
‘코리니’ ‘흑우’ ‘좀비’…냉소적인 표현도
‘계층이동 마지막 기회’, 2030 정서 투영
요즘 한국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인 가상화폐 투자는 그 열기만큼 단기간에 많은 신조어도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만 쓰이던 신조어들은 이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부터 언론 기사까지 등장하며 사실상 ‘제도권 용어’가 되어 버렸다.
‘가자’를 길게 늘려 발음한 ‘가즈아’는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말이다. 가상화폐가 자신이 목표한 가격까지 오르기를 소망할 때 주문처럼 쓰인다. 비속어인 ‘X나 버티기’의 줄임말인 ‘존버’ 역시 가격이 내려가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 있는 용어다. 같은 맥락에서 떨어진 가상화폐가 자신의 매수가격까지 반등하기를 바랄 때 ‘구조대’란 말을 쓴다.
가상화폐 붐에 대한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신조어도 많다. ‘코린이’는 가상화폐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투자에 실패한 초보자들을 비꼬는 표현으로 비트코인과 어린이의 합성어다. ‘흑우’는 ‘호구’라는 비속어가 유사한 발음의 ‘혹우’, ‘흑우’로 변형된 것이다. 또한 고점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한 사람들이 팔거나 사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시체’라고 표현한다. 가상화폐 투자에 모든 걸 걸고 작은 시세 변동에도 일희일비하며 매달리는 모습들을 ‘가상화폐 좀비’라고 부르고 있다.
이밖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판매 가격을 밝힐 때 ‘0000원’ 대신 ‘0000층’으로 표현하는 것도 있고, 국내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외국보다 높게 형성된 것을 지적하며 외신에서 사용한 ‘김치 프리미엄’도 있다.
이러한 가상화폐 신조어에는 취업난과 평생 모은 돈으로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이길 수 없다는 2030세대가 바라보는 현실의 웃픈(웃기며 슬픈)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문제는 다양한 변화와 사회적 문제가 함께 발생하고 있는 가상화폐 붐이 여전히 뜨겁게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거래소 폐쇄와 같은 초강경 조치에서 실명전환 후 과세강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가상화폐 관련 행위는 자기책임임을 강조했다.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의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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