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그래서 엄청난 ‘샘’이 온다

정양환기자

입력 2018-01-16 03:00 수정 2018-0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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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올해 라인업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르셀 뒤샹’전에 소개될 그의 대표작 ‘샘’. 1917년 오리지널은 현존하지 않으며, 국내에 들어오는 1950년 재현 작품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17년 그가 한 거라곤 별게 없었다. 뉴욕 한 상점에서 산 소변기에 ‘R. Mutt’란 서명을 남겼을 뿐. 하지만 후대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품”(2004년 영국예술협회)으로 꼽았다. 그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샘’을 올해 국내에서 만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2018 전시 라인업’을 공개했다. ‘완성도, 전문성, 그리고 역사적 깊이’를 올해의 목표로 삼은 미술관은 뒤샹을 비롯해 김중업, 이성자, 윤형근, 아크람 자타리 등 다양한 국내외 거장의 향취에 흠뻑 젖을 기회를 제공한다.


○ 서울관-미래를 내다보는 상상

8월 ‘윤형근’전에서 만날 수 있는 ‘Umber-Blue’, 서울관. ⓒ Yun Seong-ryeol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 ‘마르셀 뒤샹’전은 올해 12월 마지막 전시로 예정돼 있다. ‘샘’과 함께 ‘레디메이드’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 등 관련 작품 약 110점을 선보인다. 뒤샹 전으로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

이보다 앞서 5월엔 레바논 출신 세계적 사진작가 ‘아크람 자타리(52)’ 개인전이 관객을 찾아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공동 주최. 마리 관장은 “특히 1997년 ‘아랍이미지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자타리는 재단이 축적한 예술가들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한 작업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1월에는 2014년 세상을 떠난 독일 영화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하룬 파로키’ 전도 예정돼 있다.

한여름 8월엔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화가 ‘윤형근’(1928∼2007) 전이 열린다. 사후 미공개 작품을 포함한 작품 60여 점이 소개된다. 유족들이 처음 공개하는 다양한 사료를 통해 장인인 김환기(1913∼1974)와의 관계도 조명한다. 연극 무용 등과 연계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2018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과 1960년대 미국 뉴욕 예술가들과 벨 전화연구소가 설립한 비영리 예술단체 ‘이에이티(E.A.T.)’를 조명하는 ‘E.A.T.: 예술과 과학기술의 실험’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 과천관-한국 미술을 관통하는 내러티브

5월 ‘내가 사랑하는 미술관, 근대의 걸작’에서 전시될 오지호(1905∼1982)의 ‘남향집’, 덕수궁관.
과천관은 올해 국내 거장을 소개하는 자리가 많다. 먼저 3월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성자(1918∼2009) 회고전이 마련된다.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추상예술의 대가로 꼽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마리 관장은 “한국의 대표적 개념·설치미술가 박이소(1957∼2004)를 조명하는 ‘박이소: 기록과 기억’(7월)과 국내 1세대 현대건축가 김중업(1922∼1988)을 회고하는 전시 ‘김중업’(8월)도 놓치면 아쉽다”고 추천했다.

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하는 특별전도 2차례 열린다. 국내 작가의 뉴미디어 소장품을 전시하는 ‘소장품 특별전: 동시적 순간’(2월)과 지난해 ‘균열Ⅰ’에 이어 김환기 유영국 백남준의 작품을 보여줄 ‘소장품 특별전: 균열Ⅱ’(9월)가 관객을 기다린다.

11월 ‘제국의 황혼, 근대의 여명: 근대전 환기 궁중회화’에서 전시될 ‘송학도’, 덕수궁관.
한편 덕수궁관에서는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5월)과 ‘제국의 황혼, 근대의 여명: 근대전환기 궁중회화’(11월)가 예정돼 있다.

마리 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2016년 관람객 221만 명에서 지난해 284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이뤘다”며 “미술관 운영에서 3년은 짧은 시간이다.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재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에 취임한 마리 관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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