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 뇌 되살리는 것이 가능?…김시윤 교수 “인공신체에 이식할 수도”

송경은 동아사이언스기자

입력 2018-01-14 17:51 수정 2018-01-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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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연구진과 인체 냉동보존 공동연구를 시작한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가 12일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관련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죽은 사람의 뇌를 되살리는 것이 가능할까.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38)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계에서는 2040년경이면 냉동보존 해놨던 죽은 사람의 뇌를 살려낼 수 있다고 본다. 미래에는 뇌를 인공신체에 이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바이오-정보기술(IT) 기업 ‘뉴럴링크’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의 계획처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이용해 사람의 자아(기억)를 컴퓨터로 옮기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최근 러시아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기업인 크라이오러스와 공동연구를 시작한 휴먼하이테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다. 기술·교육 서비스 공급업체인 휴먼하이테크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크라이오러스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를 한국에 론칭할 계획이다.

크라이오러스는 미국의 앨코어, 크라이오닉스인스티튜트와 함께 세계 3대 인체 냉동보존 기업으로 꼽힌다. 2003년 이후 현재까지 미래 의료기술로 소생하길 기대하는 세계 12개국 의뢰인 56명의 뇌 또는 전신을 사망 직후 냉동보존해 왔다. 1143명으로 가장 많은 의뢰인을 보유한 앨코어는 현재 153명의 시체를 냉동보존 중이다.

김 교수는 “인체 냉동보존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장기이식에서부터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장이나 간, 심장 등 장기는 기증 자체도 적지만 지금은 기증을 받더라도 기증자가 사망한 직후 수 시간 내에 환자에게 이식되지 못하면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다. 장기를 냉동시켜 보존해 놨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뇌 이식이나 전신소생의 경우, 기술적인 한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윤리적인 문제가 반드시 따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인체 냉동보존 기술을 영생의 길로 여기며 냉동인간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역시 장기 이식과 신체마비 환자의 재활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줄곧 재생의학에 관심을 가져온 김 교수는 충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아주대 생명과학과 석사를 거쳐 차의과대 의생명과학과에서 줄기세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수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뒤 2015년부터 건국대 의전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진행된 원숭이 머리 이식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으며 제임스 투어 미국 라이스대 화학과 교수팀과 함께 그래핀을 활용한 척수신경 재생 연구도 수행 중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의 관건은 해동 기술이다. 현재까지는 냉동보존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자나 난자, 피부세포, 세균 등 단일세포를 얼렸다 다시 활성화시키는 일은 흔하지만 완전히 냉동시켰던 동물의 장기를 손상 없이 해동시킨 사례는 없다. 그는 “조직의 내부까지 열이 균일하게 전달되는 급속 해동이 가능해야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노입자-자기장 기술을 응용해 안전한 장기 해동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해 돼지의 심장판막을 최초로 손상 없이 해동시키는 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한 바 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기자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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