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직접지원 계속 못해… 한시적 고육책일뿐”

동아일보

입력 2018-01-08 03:00 수정 2018-01-0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경제장관에게 듣는 새해 정책 방향]<1> 김동연 경제부총리

《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첫해다.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으로 대표되는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원년인 셈이다. 동아일보는 올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에게서 직접 들어 보는 ‘경제장관에게 듣는 새해 정책 방향’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한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 규제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이탈하고 청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악순환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수도권 규제인 셈이다.

8일로 취임 7개월을 맞는 김 부총리는 본보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올린 뒤 정부가 소상공인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정책은 한시적 고육책”이라며 “늦어도 이번 정부 내에서 없애고 간접 지원 등의 방식으로 ‘연착륙’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리스크)로 ‘정치권’과 ‘노동시장’ 두 가지를 꼽았다. 다음은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가장 큰 덩어리 규제인 ‘수도권 규제’를 풀 용의가 있나.

“복잡한 문제다. 한국이 산업구조상 반드시 가야 할 분야에서 고용을 수반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면, 다양한 규제를 패키지로 풀어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규제 개혁을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이후 36년 동안 꾸준히 한국 산업계가 ‘해소해야 할 규제’라고 지적해 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9∼2015년 수도권 규제에 막혀 공장 설립이 어려워진 62개 기업 가운데 28곳이 해외에 공장을 설립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했지만 오히려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대기업만을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은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청년 구직자들이 수도권 일터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공장 증설을 막는 정책은 고용창출의 기회를 스스로 줄이는 격이다. 서울·경기지역에 생산시설이 대폭 늘어난다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규제 개혁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

“작년 11월 대통령도 내게 ‘20년 동안 규제 개혁을 추진했는데 왜 안 되는가’라고 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규제가 만든 보상체계, 즉 기득권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 규제 10개 중 3개는 법령 개정 없이 풀 수 있다. 우선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 개선부터 하겠다. 개인적으로 고급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


―앞이 안 보이는 청년실업과 저출산의 해법은….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한국 경제로선 단기적으로 일자리, 중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바로 회색 코뿔소다. 모든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 규제 혁신으로 고용 창출의 기반을 강화하겠다. 출산 정책은 주거와 교육 문제 해결이 중요한데 결혼 출생 양육 보육 교육 취업 등 생애주기 관점에서 방법을 찾겠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이다. 다만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고용 감소 우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소상공인에게 3조 원을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도입한 것은 이런 우려에 대한 보완 차원이다. 물가 상승 우려는 크지 않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복안이 있는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노동시장 개혁이다. 궁극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고용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금년에 실업급여를 인상하는 고용 안전망 강화를 추진하겠다. 유연성을 제고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정 대화 채널을 조속히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대기업 사이의 소통이 부족해 보인다.

“정부가 대기업과 소원하다는 우려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대통령은 ‘맞는 말이다. 대기업과도 만나야 한다’고 하더라. 나는 (대통령이) 기업 친화적인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 대한상공회의소와 협의해 지난해 12월 LG그룹 등을 방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 성장이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조경제가 (정부가 위에서 주도하고 민간이 따라오는) 톱다운 방식이었다면 혁신 성장은 경제 산업 모든 분야에서 민간 주도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기재부가 일하는 방식부터 혁신해야 한다.”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를 꼽는다면….

“첫째가 정치, 둘째가 노동시장이다. 대내적으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환율과 유가 변동성 등이 있다. 대내외 경제 리스크 요인은 최대한 관리하겠다. 중장기적인 리스크 대처도 중요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성 경제활동 참여, 노인빈곤 등이 그것이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

△ 1957년 충북 음성 출생
△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
△ 1982년 26회 행정고시, 6회 입법고시 합격
△ 2008∼2010년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 제비서관
△ 2010∼2013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차관
△ 2013∼2014년 국무조정실장
△ 2015∼2017년 아주대 총장
 
인터뷰=신치영 경제부장
정리=박재명 jmpark@donga.com·최혜령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