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시작, 내 인생 최고의 결정”

김갑식 전문기자

입력 2018-01-05 03:00 수정 2018-0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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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신년 인터뷰]<1> ‘힐링 멘토’ 혜민 스님

새해에는 침묵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을까? “급하게 앞만 보고 달리면 불가능하다. 일단 멈춰서, 자신 밖의 주변을 살피면서 삶을 돌아보고 나눠야 한다”는 게 혜민 스님의 조언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물질적 삶은 풍요로워졌다는데 정작 행복하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힐링과 나눔은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심지어 종교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신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종교인 인터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
 
거의 2년 만의 만남이지만 변함이 없다. 쌀쌀한 날씨에 눌러쓴 모자를 살짝 올리니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눈빛과 웃음은 여전하다. 4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식당에서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힐링 멘토’로 불리는 혜민 스님(45)을 만났다. “여전하다”고 하자 스님은 “이제는 40대 중반이라 어깨도 곧잘 뭉치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다. 아름다운 몰락을 준비해야 한다”며 엄살이다.

―베트남 다녀왔다는데….

“연초 일정을 만들지 않고 아는 친구가 있는 베트남 호찌민시를 다녀왔다. 일 없이 휴식만 취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마음치유학교 운영에 강연과 글쓰기…. 몸이 몇 개라고 해도 모자랄 지경이겠다.

“정말 올해는 많이 안 바쁜 게 목표다. 몸과 마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닌데, 마음치유학교 하면서 몸이 아프다면 그것도 문제다. 하하.”

―마음치유학교가 3월이면 3주년을 맞는데….

“자랑 같지만 학교가 스태프와 후원회원들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 다행스럽다. 암 환자, 한부모,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을 위해 만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효과를 봤다. 지난해만 6000명 가까운 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해외 강연 활동도 많았다.

“지난해 독일과 영국 등에서 강연도 하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독일 영성수련자와 함께 강연과 수련으로 연계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가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일은 기독교 전통이 강한데,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나.

“독일 강연의 주제가 ‘living silence, living compassion’이었는데 살아있는 침묵, 살아있는 자비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사는 곳과 말은 달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고부 갈등이 많은데 현지에서는 장모와 사위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 좀 의외였다.(웃음)”

―살아있는 침묵?

“마음수련에서는 침묵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불교나 기독교 모두 처음에는 ‘이것도, 저것도 잘되게 해 주세요’ ‘나를 도와주세요’라는 기도가 많다. 즉, 자기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신앙이 성숙해지고 마음수련이 깊어지면 주변을 살피게 되고 살아있는 침묵과 만나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 불교에서는 불성(佛性)과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침묵은 종교인만 가능하다고 보나.

“종교인이 익숙하겠지만 그들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선한 삶의 깊이와 편안함을 주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분들은 인생에서 배운 것 아닐까.”

출가자가 무례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신년 인터뷰라 좀 엉뚱하지만 평소 궁금하던 질문도 던졌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인생결정’은 무엇이고, 다음 생(生)이 있다면 어떤 일을 택하겠는가.

“(웃음) 먼저 교수 그만두고 마음치유학교 시작한 거다. 또 글을 쓴다는 것, 마지막으로 종교를 공부한 것이다. 학교를 열거나 글을 쓰는 건 사람들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 처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쓸 때 ‘산속으로 들어가 수행이나 제대로 하라’는 식의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쓴 글 몇 줄에서 위안을 얻고 도움을 받았다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지금도 그렇다. 부족한 게 있으면 수련도 하고 깨우친 분들을 찾아 더 배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민을 나눌 생각이다. 다음 생? 직업에 관계없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어깨 아파 침 맞으면서도 큰 고마움을 느꼈으니까.”

―‘이모 수녀’(이해인 수녀)와는 자주 연락하나.

“서로 바쁘지만 틈틈이 연락한다. 외국에 계신 것 같은데 신년 인사를 간단히 나눴다. 종교는 다르지만 항상 큰 힘이 돼주는 내 인생의 멘토다.”


―스님의 올해 목표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날마다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학교 차원의 바람도 있다. 마음의 병이 있어 학교에 오고 싶지만 지방에 있거나 여러 사정으로 오지 못한다는 분들의 사연이 적지 않다. 요즘 빌딩 공실률이 높다는데 그 공간에 우리 학교 분교를 운영할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독자에게 남기고 싶은 신년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보다 주변의 다른 이들과 많이 나눠서 복을 나누기도 하지만, 복을 쌓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동아닷컴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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