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작년 11월 한국증시 투자 급증

송충현기자

입력 2018-01-04 03:00 수정 2018-0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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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70억원 순매수 사상최대 규모
대부분 기관투자가… 국가차원 매입
송영무 국방 방문시기 맞물려 눈길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해 11월 한국 증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UAE의 국부펀드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100여 개 종목에 골고루 투자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UAE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9조4620억 원으로 전달과 비교해 7.8%(6870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가장 크게 증가한 수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9670억 원을 순매수해 한국 주식에 투자한 국가 중 순매수 규모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증시 최대 투자자인 미국(8560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21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UAE의 한국 내 투자 행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UAE는 지난해 6∼10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월 적게는 250억 원에서 많게는 1620억 원까지 순매도했다. 11월 이전 순매수 최대를 나타냈던 3월(1190억 원)과 비교해도 순매수 규모가 8배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UAE 투자자의 대부분은 기관투자가다. 국가 차원에서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는 의미다.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에는 석유 관련 기업 등 특정 회사에 집중했다면 11월에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한꺼번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약 700만 달러 투자에 그쳤던 UAE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이 4분기(10∼12월)에만 10억1000만 달러(약 1조700억 원)가 들어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호텔 지분 등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동 국가와 비교해도 UAE의 투자세가 눈에 띈다. 중동 국가 중 한국의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610억 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최광식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UAE는 원래 투자 규모가 상당했던 나라이긴 하지만 한 달 동안 국내에 이렇게 두드러진 투자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정부 인사가 잇달아 UAE를 방문해 투자 확대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박근혜 정부 집권 첫해인 2013년 말 UAE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8조2420억 원에서 2016년 말에는 6조9310억 원으로 축소됐다. 이후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해 5월 말 8조 원을 회복한 뒤 11월 말 9조 원을 뛰어넘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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