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고령자일수록 고위험 투자 비중 줄여야

동아일보

입력 2018-01-03 03:00 수정 2018-0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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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노련함과 원숙함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싱그러움을 잃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인지능력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두뇌 기능의 쇠퇴는 금융 투자 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러 가지 인지적 편향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노년층은 기존의 사고 틀에 갇히기 쉽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비교, 판단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처음 보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본래의 문제와 관련 없는, 자신이 잘 아는 쉬운 문제로 바꿔서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다. ‘심리적 지름길’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성향들로 인해 노년층은 결국 최선의 선택과는 거리가 먼 투자 결정을 하기 쉽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물학적 노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뜻하는 자기 과신 성향은 건재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과신이 더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 앨라배마대 연구팀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인지능력의 퇴화와 자기 과신의 강화를 조명하고, 이런 특징이 미국 노년층 가정의 금융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50세 이상 800여 명과 그 배우자들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은행예금, 채권 등 저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다. 그런데 노년층에서도 자기 과신이 강한 사람들은 주식 같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유독 높았다. 또 자산운용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을 경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상황을 고려할 때, 노후 대비 자산관리는 해당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국가 재정과 경제 활성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인복지, 연금제도 개선, 노인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평생 피땀 흘려 모아 온 자산을 잘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노인을 봉양의 대상이 아닌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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